정원 속의 포켓몬
2019.11.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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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속의 포켓몬

홍민기 개인전

 

날짜 :
2019. 11. 21(목) - 2019. 12. 4(수)
시간 :
2019. 11. 21 (16:00 - 19:00)
2019. 11. 22 - 12. 4 (11:00 - 19:00)
장소 :
팩토리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정원 속의 포켓몬’ 전시를 통해 홍민기 작가는 안무로 정의되는 신체적 행위와
텍스트 기반의 서사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함께
협업한 안무가 5명은 각자가 지닌 작업의 고유성과 일관성을 가로 8m, 세로
4m의 제한된 공간과 8분이라는 시간 속에서 행위한다. 그들의 신체는 명확한
실제적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사유로 확장되고 행위로 생산되는 순간,
안개 속으로 사라지듯 추상화된다. 작가는 안무라는 행위를 언어학적 개념으로
바라보고, 추상적 운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실험을 한다. 이
작업은 추후 공연으로서 최종 완성될 계획이기에 도달하는 길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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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는 기호
 
 
‘정원 속의 포켓몬’은 안무로 정의하는 신체적 행위와 텍스트 기반의 서사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에 관한 전시이다. 동시에 이 작업은 공연으로서 최종 완성될
계획이기에 도달하는 길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본 작업에서 안무는 본질적으로 각각의 의미와 사유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기표로서 이해된다. 안무가들은 제한된 공간(8미터 X 4미터)과
시간(8분10초) 안에서 행위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육체성, 내적 갈등, 퍼포먼스의
형식성, 시간과 공간에 대한 주체로서의 신체적 사유들을 담고 있다. 안무가들 각자가
지닌 고유의 작업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되며
발전된다. 엄격한 수학적 논리의 접근일 수도 있고, 감정의 변화, 혹은 과거의 일정한
기억과 같은 사소한 것들로부터 동력을 얻고 신체적으로 확장되어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추상적 형태의 운동성들이 신체라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일반적
이미지를 전제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신체는 주체라면 누구든 소유하고 있고
추측하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는 ‘최초 대상(object)’이다. 이것이 사유를 거쳐
외적표현으로 생산되는 과정에서 추상으로 귀착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보다 추상적 운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간단한 언어학적 개념들을 차용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표상학이다. 표상성에서 기호는 다른 기표를
대체해서 존재할 수도 있는데, 이를 간단히 해석체(interpretant)-물체(object)-
기호(sign)로 도식화해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석체는 사랑이라는 감정,
물체는 심장이라는 대상, 기호는 하트 형태의 아이콘으로 선언된다. 여기서 대상은
있어도 없어도 무방한 존재이며, 때로는 기호가 대상을 밖으로 밀어버리고
작동하기도 한다. 
나는 이 관계를 가지고 안무라 포괄하는 행위들을 사유(interpretant)-신체(object)-
운동성(sign)으로 재분류한다. 퍼포먼스에서 신체는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동시에
육체적 한계성으로 인한 제한된 오브젝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퍼포먼스에서 신체는 운동성으로 다시 기호화되고 운동성은 신체를
대표하는 식으로 어떤 정신적인 개념을 포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무가 추상적인 형태로 남아있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 사유(해석체)와 신체(물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생각할 수 있겠다.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나는 무용작업에서 사유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퍼포먼스의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따라서 본 작업은 표상학의 도식 안에서 해석체를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운동성(sign, 기호)의 의미를 ‘미끄러지는 기호’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실험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작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리포트이기도 하다. 
나는 최대한 안무와 그것의 최초의 의도를 분리시키고, 새로운 해석체로 대체하여
미끄러지는 기호로 완성하기를 원했다. 해석체를 서사(text)로서 대체하고, 운동성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미끄러지는 기호로서 다시 구축되는지 지켜보았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서사(-혹은 서사적 요소)를 운동성이 가진 고유의 의미와 최대한
먼 곳에 떨어트려 놓아야 했다. 
동시에 일반적 서사가 가지는 구체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는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서사에 규정 받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순전히 자발적
상호작용을 위한 실험의 전제였음을 밝힌다. 만약,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유에서
무언가 미끄러지는 기호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계는 우연의 결과물이라고 믿기
때문에. 


홍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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