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경계하기
2003.8.25_9.14

윤희수 개인전
경계에서 경계하기





달력에서 날짜를 지우듯 이미지와 그림을 지운다.
깊이감을 거부한 현대미술의 밝은 이미지와 색채를 바라본다. 혹은
천재화가라며 천진난만하게 그린 그림을 바라본다.

지우면서 드러나는 의자, 책상, 투명공간을 하나의 메모리로 남겨둔다.
그러나 응시할수록 지운 공간에서 드러나는 어두운 형체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는 이러한 상태를 즐긴다.
드러냄에 의해 보여진 시간이 지나면 드러내지 않은 것이 드러나는 시간.

어렸을 때 어둠 속에서 어슴프레 보았던 수많은 이미지들처럼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졌던, 동시에 긴장감을 주었던,
그러나 확연히 드러나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보잘것없는 옷이나 가구였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오늘날의 삶에 나타나는 모든 선망과 추종을 지운다.
분명함이 분명할수록 주위의 불분명해지는 것에 권력을 행사하므로...
지움으로서 다양하게 보여지는, 그의 내면을, 응집을, 깊이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모호하고 무한한 존재가 주는 긴장감이 삶의 실체로 느껴지므로,
모든 것을 분명하게 하려는 일상과의 긴장이 시작된다.

10년전 피렌체에 머무른 적이 있다.
독일낭만주의자들이 꿈꾸었던 이상향, 토스카나 풍경, 옛날 대가가 사용했던 화실,
성당, 비오던 골목길, 다리 등 르네상스 흔적들을 다시 본다.
그 흔적들이 지워지기 전에 다시 한번 응시해 본다. 
어떤 느낌, 기억, 아련함, 스멀거림, 아른댐, 잔잔함 등과 함께.
일상의 일탈로 시작되는 여행은 일상의 분명함으로 멀어진다. 낯섬과 만난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아우라든
그들을 무화시켜 잔잔한 긴장감이 돌도록 자극하는 것. 
항상 경계에 머물게 경계하는 것. 
그러나 조용히 애매모호하게 말할 것.





Overview
Title : Guarding on Boundary
Duration : Aug 25, 2003 ? Sep 14, 2003
Hours : 11:00 a.m. - 7:00 p.m. (Closed on every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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