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 2 대관전시] 채집운동 모르타르
2018.11.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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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운동 모르타르] 

 

 

구석에 있기엔 과한 성의가 들어갔거나 그늘진 곳에 있기엔 아까운 조형성을 가진 덩어리, 주택가의 모르타르들.

쓰임새, 목적, 의도가 성향과 상황을 드러내며 마감되어있는 그 모양들은 읽을거리와 자유로이 해석될 여지를 묵묵부답의 태도로 내놓고 앉아들 있다. 산책하며 이미지를 주워담다 보면 가상채집 주머니가 포화상태가 될 정도로 동네엔 많은 감정과 상황들이 덕지덕지 눌어붙어 걸리고 박혀있다. 구조체로 쓰이기보다 미장용 바름재료로 쓰이는 값싼 모르타르는 여러 방식으로 동네를 뒤덮고 있는데, 다룸에 의외로 상당히 너그러워 다루는 이의 기분과 상황을 섞고 반죽하여 의도에 맞게 굳히기 그만인 재료. 

급하다 못해 너무나 대충, 못생겼다기보다 무서울 정도의 모양들엔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한번은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매끈하게 마감 되었거나 안쓰러울 정도의 귀여운 모양새를 (우연히) 가지게 된 모르타르들을 보면 동네엔 미운 사람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엉뚱한 성격, 심심했던 때, 몸에 밴 꼼꼼함, 화가 나서 만들기 시작했지만 마감에 관한 기준은 명확한 누구들의 제작과정이 눈에 선하다. 

 

이 정도 성의면 이건 보라고 만든 거야. 

와, 이건 웃으라고 해놓은 것 같은데. 

이거 만든 분의 책상은 정리가 잘되어있을 것 같다.

이건 울 아부지가 만든 것 같아..

 

콕박힌 작은 모르타르 건너로 보이는 사람을 읽으며 움직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해 동네를 걷다 보면, 딛고 서 있는 골목까지 거대한 모르타르 덩어리로 눈에 들어온다. 관에서 해주지 않아 직접 나서 만진 땜질과 계단들은 어느 때엔 심지어 맛있어 보이기까지 하다. 빠른 속도로 패키지화되어가는 동네를 보며 이따금 조금은 급한 호흡으로, 한낱 무료한 덩어리들을 바라본다. 우리의 허술하고 게으른 시스템이 머지않아 우리의 환경을 서운할 정도로 단정하고 납작하게 뒤덮어 시끄럽게 밉디미운 사람들의 화, 투정, 경고와 동시에 엉뚱하고, 심심하고, 꼼꼼한 이의 면모까지 납작하고 적막하게 만들 것 같아서 마음이 자꾸만 급해진다. 

주택 모서리에 바보같이 콕 박힌 모르타르 덩어리가 실은 동네의 정령은 아닐까하여 비나이다를 해볼까 싶고, 못생겼다기보단 무서울 정도의 거친 모양새의 모르타르까지 아쉬워질 정도로 다양한 양식들이 단일화되는 현상은 그저 많이 서운하다. 미운 건 미운 대로 고운 건 고운대로 가늘게, 뭉툭하게, 뾰족히 성미대로 드러나는 곳이 이상적인 동네잖아. 사람이 밉지, 모르타르가 밉나. 

 

-전지-

 

전시 정보


전지 개인전
[채집운동 모르타르]

 

그래픽 디자인 : 들토끼들
구조물 제작 : 문화로 놀이짱
지원 : 경기문화재단
*오프닝 행사 없이, 3시부터 간식 조금 놓고 열어 놓을께요. 
(추후 작가와의 채집운동 프로그램이 있을 예정입니다)


2018.11.6(화) ~ 11.27(화) 
장소 : 팩토리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관람 시간 : 화~토 11시~19시, 일요일 12시~19시(월요일 휴관)
문의 : 02 733 4883 / galleryfactory@gmail.com 

 

- 부대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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