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 Descend towards Vortex
2017. 11. 7 (화) ~ 11. 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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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 세일링 (김보경 + 김청진)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 Descend towards Vortex

 

25hr sailing (Bokyung Kim + Cheongjin Keem)

Descend towards Vortex

 

오프닝 | 2017. 11. 7 (화) | 18:00~20:00 

전시일정 │ 2017. 11. 7 (화) ~ 11. 28 (화) │ 화~일 11:00 ~ 19:00

전시장소 │ 갤러리 팩토리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문의 │ 02 733 4883 │ 25hr.sailing@gmail.com

 

Opening Reception | November 7, 2017 | 18:00-20:00 

Dates │ November 7 -28, 2017 │ Tuesday - Sunday 11:00 - 19:00

Location │ Gallery Factory │ 15 Jahamoon-ro 10 Jongro-gu Seoul Korea

Further Enquiries │ +82 2 733 48 │ 25hr.sailing@gmail.com

 

크레딧

기획. 김수연

글. 김수연, 김신식

번역. 정유리

영번역 글 에디팅과 감수. 문지선

영번역 시 부분 에디팅. 양은경

이미지 크레딧. 25시 세일링

사운드 디자인. 이승영

그래픽 디자인. 민정화

인쇄. 코우너스

후원. 서울문화재단, 갤러리 팩토리

 

Credit

Curator . Sooyeon Kim

Essay . Sooyeon Kim, Shinsik Kim

Translation from Korean to English . Yuri Jeong

Editing and proofreading the English translated texts . Jisun Moon

Editing the English translated poem . Eun Kyoung Yang

Image credits . 25hr sailing

Sound design . Seungyoung Lee

Graphic design . Jeong Hwa Min

Printing . Corners

Supported by Seoul Foundation of Arts and Culture, Gallery FACTORY

 

작가 소개

김보경+김청진 듀오로 구성된 25시 세일링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과 지금 이미 도달한 공간이 만나는 착지점을 탐색하는 팀입니다. 압축된 풍경 속에 잔상처럼 남아있는 도시의 시간을 발췌하고 웹과 전시장, 두 채널 통해 콜라쥬, 회화, 사운드를 선보입니다.

 

전시 소개

25시 세일링은 2012년부터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은 2012년 <정박지에서 보낸 좌표>, 2014년 <극의 낮>에 이은 세 번째 전시입니다. 2012년, 2014년, 2017년 세 번에 걸친 전시는 25시 세일링이 종로~을지로 일대 공간의 잔상으로부터 시간의 패턴을 발췌하려는 ‘보기의 좌표’입니다. 데이터와 지각 사이, 완전히 포개지지 않는 영역에서 다른 방식의 ‘시계(視界)’를 형성하려는 시도입니다.

 

기획글

어느샌가 공통된 표면을 소유하게 되었다. 스크린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은 도처에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눈 앞에도 역시. 공통된 표면을 얻기까지, 소실점(vanishing point)은 오랜 시간 깊이라는 ‘착각’을 담당해왔다. 소실점에 훈련된 눈과 더불어, 다양한 툴과 기술, 특화된 장비는 시계(視界)를 구성하는 갖가지 초점을 만들어냈다. 표면에 묶인 하나의 눈은 이미지를 가볍고 빠르게, 커졌다 작아지는 표면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미술계에는 ‘납작한 이미지’라는 말이 떠돌았다. 그래서 이미지는 새삼스럽게 납작해졌다. 이미지에서 두께를 읽는 눈은 노안과 같은 것일까.

 

2012년, 25시 세일링은 <정박지에서 보낸 좌표> 전시에서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형상이 먼저 부서지는 종로~을지로 일대를 관찰하며 1940년대 이후 황금기의 파편인 [극장-인쇄업-골뱅이] 세 축이 무너지는 잔상을 선보였다. [발췌 가능한 데이터] / [체험 가능한 현재] 사이; 누군가에게 전해들을 수 밖에 없는, 다만 지시될 뿐인, 스스로는 체험 불가능한 영역으로 25시 세일링이 들어선 순간, 돌아오는 것은 각기 다른 화자들의 증언에 의해 굴절될 뿐 합쳐지지 않는 좌표였다. 자리를 잃은 좌표들은 구멍으로 남고 시간축은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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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올라가는 시간축> 설치 전경, 2012. 07. 10 – 08. 19,  아트 스페이스 풀

 

25시 세일링은 데이터와 지각 사이, 완전히 포개 지지 않는 영역을 향한 자신들의 '보기'를 재차 번복, 시도, 투사한다. 

 

2014년, 25시 세일링은 <극의 낮> 프로젝트에서 데이터를 채집하며 느꼈던 ‘건너뛰기’ 감각을 활용한다. 편집된 시간 안에서도 서사를 유지하는 영화적 속성에 빗대어 충무로의 1950~90년까지 40년의 시간을 압축하는 gif 스크린-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지나간 시간을 사적 기억으로 가질 수 없는 세대가 취할 수밖에 없는 건너뛰기는 줌인-아웃의 망점으로 쪼개진다. 기시감은 불현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영화에서 잘려 나간 시간, 프레임은 암묵적으로 이해된다. 데이터로 파악할 수 없는 잘려 나간 시간도 암묵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건너뛰며 채집된 장면은 육각형 조각의 그림자가 스크린을 갉아먹듯, 맹점(盲點)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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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낮> 설치 전경, 2014. 07. 24 – 08. 23,  반지하


2017년, 25시 세일링은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1]에서 (현재는 국도호텔인) 국도극장을 ‘아직’ 오지 않은 시간과 지금 ‘이미’ 도달한 공간이 만나는 착지점으로 삼아 연쇄적인 문화의 흐름 안에서 읽어 나간다. 읽는 것은 보는 것이다. 보는 것은 대상과 나 사이의 깊이를 가늠하는 것이기도 하다. 25시 세일링은 대상의 뒤편을 상상하면서 깊이와 두께를 읽어내는 보기, ‘시각성’을 데이터와 지각 사이의 축으로 삼는다.  

 

우리의 얼굴 전면에 위치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동일한 대상을 각각 약간 어긋나게 겹치는 장면으로 바라본다. 두 눈이 포착한 미세하게 다른 장면이 하나로 합쳐질 때 입체를 보는 감각이 작동한다. 그러므로, 대상의 깊이와 두께를 보기 위해서, 우리의 두 눈은 반드시 ‘벌어져야’ 한다. 장면은 약간 ‘어긋나게’ 겹쳐져야 한다. ‘벌어진다‘, ‘어긋나게’, ‘겹쳐진 것’은 ‘국도극장’을 다루는 25시 세일링의 프레임이다. 당연하게도 국도극장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어긋나게 겹쳐져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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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말기 #3>, 2017, 잉크젯 프린트 위에 라커, 29.7x21cm

 

1913년 일본인 전용극장으로 세워진 국도극장은 르네상스 양식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건축가에 의해 외형을 갖추게 된다. 나운규의 <아리랑>이 개봉한 1926년 전까지 식민지 조선에는 한국영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배급과 유통의 경제망에 의해 할리우드 영화가 식민지 조선인들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적이고 동시대적인 것을 일상으로 접하는 현대적 감각[2]”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감각마저 미국-일본을 거쳐 중개된 ‘벌어짐’이었을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 사장이 국도극장을 개보수하고 운영하다 6.25 전쟁 중에 납북되면서 1954년부터 미군위안극장으로 사용된다. 이후 [극장-인쇄업-골뱅이] 세 축이 맞물려 돌아가던 황금기 시절인만큼 한국 근현대 영화사의 축을 그었던 다수의 영화를 제작, 상영하며 운영하다 1999년 문화재로 지정되기 직전, 건물주가 건물을 철거하면서 2007년 국도호텔로 잔류하게 된다.

 

25시 세일링은 신문, 책, 논문, 증언을 그러모아 국도극장의 서사를 정리하고 여기에 국도극장의 표면이 찍힌 이미지를 대응해본다. 식물을 본 뜬 부드러운 곡선, 수직으로 뻗은 기둥, 화려한 장식, 곧은 창. 국도극장의 건축 표면 위로 각기 다른 시기의 형상을 겹치면서 기록과 어긋난 시간의 패턴을 만든다. 25시 세일링은 단일한 이미지가 돌고 도는 소용돌이 속에서 제한적으로 선택한 이미지 데이터를 ‘보기’의 방식으로 배양하기 위한 패턴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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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링 반사광> 2017, 종이에 수채화, 연필, 24x48cm

 

내부 구조에 대한 글자만 있을 뿐, 이미지로 확인할 수 없는 극장의 안. 25시 세일링은 사진에 남아있는 국도극장의 창문을 모티브로 삼아 망점을 채우는 빛의 크기에 따라 임의의 점을 종이 위에 그린다. 왼쪽과 오른쪽, 쌍을 이루는 점은 벌어지는 축을 따라 착지한다. 착지점은 약간 어긋나게 겹쳐진다. 우리의 두 눈은 벌어진다. 시차차(視差差). 식민지 조선의 경제, 문화사의 굴곡을 따라 파편처럼 남은 국도극장이라는 이미지 기호는 입체시(stereoscopic vision, 立體視)로 떠오른다.  

 

김수연 (전시기획자)


[1]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는 마사지다』 마지막 장에서 애드가 앨런 포우의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에 등장하는, 소용돌이의 움직임을 이해함으로써 공포를 극복한 선원에 빗대어, 전자체계에 의해 우리가 처하게 된 곤경을 이야기한다. 전시 제목은 이러한 맥락에서 빌려왔다.

 

[2] 김승구, 『식민지 조선의 또 다른 이름, 시네마 천국』, 책과함께, 2012,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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