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컬리 루프 ➿ Double Curly Loop |
2020.11.11. - 12.6. |
전시명 더블 컬리 루프 ➿
작가 25시 세일링
장소 팩토리2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기간 2020년 11월 11일 (수) - 12월 6일 (일)
관람 안내 본 전시는 팩토리2 전면창에 작품이 전시되어 외부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내부 공간은 전시에 관한 작업과 글이 구성되어 있으며, 팩토리2 운영시간과 동일하게 운영됩니다.
외부 전시 관람 전시 기간 중 24시간 관람 가능
내부 전시 관람 화요일 - 토요일, 11 - 19시
아티스트 듀오 25시 세일링은 이번 전시에서 식민지 시기의 조선 - 수도 서울에 세워진 관공서, 은행, 기차역, 극장 등 도시계획 안에서 일상생활에 깊숙하고 밀접하게 침투하는 건축물과 이와 연동될 수 있는 다른 도시의 건축물을 연계하여 살펴본다. 건축물을 탐색하는 경로로 빛이 통과하는 팩토리2의 창(window)은 내부에서 외부를 조망하는 기능과 그 반대로 외부의 빛이 내부로 들어오는 역할을 한다.
낮에는 창문으로 반사되는 빛의 특성으로 외부에서 내부를 쉽게 볼 수 없지만 밤에 실내에 조명이 켜지면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25시 세일링은 그러한 유리와 물에서 나타나는 빛의 굴절과 반사되는 모양새를 모티브로 삼아, 짜깁기와 스티치 방식의 페이퍼 콜라주, 페이퍼 위빙, 윈도우 필름, 비디오의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작가 소개
25시 세일링
25시 세일링* (김보경 & 김청진)은 이미지 리서치를 기반으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듀오다. 도시라는 영역에서 지칭되지 않은 역사와 혼재된 시간을 항해하고 관찰하며, 건축물을 중심으로 실존물과 아카이브, 기억 사이를 오가며 역사를 체득하는 감각을 탐색한다. 체득된 감각은 보여지는 감각으로 치환되어, 드로잉, 콜라쥬, 그래픽디자인, 영상, 사진, 니팅 등의 다양한 매체로 25시의 세일링의 아카이브를 형성한다. 이 아카이브는 서울의 특정 지역에서 모은 사소한 기억을 시작으로 한국 및 동아시아의 식민 건축으로 이어져 현재와 교차하며 쌓아 나간다.
전시 서문
“오래 가는 원근법을 위한 소실점”
글 │ 김수연
25시 세일링은 베를린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보경과 김청진이 결성한 팀으로, 도시에 퇴적된 잔상-이미지/데이터를 탐색하여 콜라주, 영상, 그래픽 디자인, 뜨개질과 같은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25시 세일링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시간의 궤도를 미끄러져 가는, 다른 차원을 상상한다.
2020년은 전지구적으로 25번째 시공간이 열린 것 같은 한 해였다. 23시 59분, 그다음의 1분이 25시로 튀어버린 당혹감처럼. 세계는 ‘그리고 and’가 아닌 ‘혹은 or’으로 움직였다. 대면(Contact)은 비대면(Untact)으로 대체되었고, 온라인을 통한 연결(Ontact)이 늘어났다. 이 시기와 맞물려, 25시 세일링은 독일 글로가우어(GlogauAIR)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고도 공간 입주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스케치업으로 자신들의 작업실을 고스란히 모델링하여 가상 스튜디오(Virtual Studio)를 오픈한다. 비대면으로 레지던시 공간은 본래의 장소성을 (일시적으로) 잃고, 작업실은 Ontact 공간으로 장소성을 획득하게 된다. 가상 스튜디오는 레지던시 공간과 작업실, 두 개의 소실점으로부터 반-가상의 부피감을 채우게 된다. 이 미묘한 두께감은 이번 《Double Curly Loop ➿》 전시로 이어진다.
2020년 11월 11일부터 12월 6일까지, 24시간 열리는 《Double Curly Loop ➿》 전시는 Factory2의 유리 전면부를 전시공간으로 삼는다. 안과 밖의 경계-사이, 미묘한 두께 위에, 입구와 출구 없는 전시공간을 덧씌운다. 때문에 공간을 거닐며 작업을 보는 동선은 사라진다. 유리 너머의 모니터에서는 25시 세일링의 가상 스튜디오에 작업을 배치한 <더* ** *프 ➿- 안쪽에서 *2020> 영상이 24시간 반복 재생된다. 컨택트(Contact), 언택트(Untact), 온택트(Ontact) 공간이 뒤섞인다. 지금 우리가 처한 공간처럼.
유리 표면에는 제국주의 사상으로 세워졌던 건축물의 표면 이미지를 도시계획의 구조를 연상시키는 좌표, 격자, 픽셀의 패턴으로 직조한 <더* ** *프 ➿ - 바깥쪽으로 *2020> 작업이 덧씌워진다. 식민 건축에 대한 시각적 참조물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고, 건축의 표면만 남은 이미지는 닫힌 창과 같아서, 내부 공간은 이미지 없이 상상해야 하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는다. 이미지를 보면서 상상하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 상상하는 것의 간극. 25시 세일링은 절단된 면을 마치, 직물을 수선하듯이, 짜깁기(invisible mending)하는 형태로 재생산한다.
25시 세일링은 경성 우체국, 도쿄역, 암스테르담역, 베를린 구 미술관, 서울역, 국도극장의 건축물 표면 이미지를 출력하여 종이를 “겹치고 교차하고 올려서 빼고 앞뒤로 말아 올리는” 방식으로 엮는다. 이렇게 페이퍼 위빙(paper weaving)으로 직조된 이미지는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이동하여 변환되고, 다시 그래픽 디자인의 소스로 합성되면서, 마치 세포분열처럼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거듭 증식한다. 도시의 안감으로 존재해온 식민 건축의 잔상은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겹쳐진 틈새를 드러내며, 유리 표면 위에 반투명 상태로 포개진다.
자신들의 생활 반경 안으로 들어온 장소에서부터 도시의 비가시적인 움직임을 탐색하며, 시공간을 직조하는 방법은 25시 세일링이 지속해온 항해술이다.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선택하여, 서로의 작업에서 작업으로 이어짐을 주고-받으며 작업 과정에서 느낀 경험을 전시방법론에 적용하기도 한다.
서울-을지로-독일-베를린은 두 사람이 거주해온/하는 장소이자,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작업이 이어지는 흐름을 만든 도시이기도 하다. 2012년 [극장-인쇄업-골뱅이] 세 축으로 발췌한 을지로 튜토리얼 《정박지에서 보낸 좌표》, 2017년 국도극장의 입체시(stereoscopic vision, 立體視)를 식민지 조선의 시차차로 접근한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 2020년 《Double Curly Loop ➿》에 이르기까지, 25시 세일링은 도시의 안감을 드러내며, 시차(時差)와 시차(視差)가 벌어진 틈새로부터, 조각조각 원근법을 쌓아올린다.
“오래 가는 원근법을 위한 소실점”은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가 그리고 쓴 『2.333 차원』에서 지평선을 수리 하던 수리공에게 아크파크가 건내주려다가 놓친 부품(?)으로 등장한다. 아크파크는 소실점 하나가 사라지고 지평선 위에 하나의 소실점만 남아, 평면이라고는 하지만 얄팍한 두께로 남은 특수한 공간, 2차원과 3차원의 중간계, 2.333차원으로 떨어지게 된다.
잃어버린 소실점을 찾아 하부세계로 떠나는 아크파크의 여정과 25시 세일링의 항해를 겹쳐본다. 시간을 거슬러, 특히나 식민시기의 이미지/데이터를 리서치한다는 것은, 소실점 하나가 사라진 세계로의 하강일까. 2차원 위에 3차원의 입체감을 얹으려는 (근대적 시선의) 원근법의 유효기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면, 나는 25시 세일링이 쌓아 올리는 조각 조각의 원근법으로부터 25번째 시공간을 향한, 또 다른 소실점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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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은 특정 관객에게 유효한 매(개)체로서 전시의 짜임새를 궁리하는, 좋아서 하는 전시를 기획하기위해 주업과 부업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살고 있다. ⟪사랑 The Holy Love⟫ 3부작 시리즈 전시를 준비 중이다.
25시 세일링
《더블 컬리 루프 ➿》
작가: 25시 세일링
기획: 25시 세일링, 팩토리2
글: 김수연
진행: 금다듬
그래픽 디자인: 김유나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주최·주관: 팩토리2
접근성 안내 팩토리2는 입구에 23cm 높이의 턱이 있습니다. 휠체어, 유아차 사용자 및 시각 해설이 필요하신 분은 전화 혹은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팩토리2는 여러분의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