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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프로젝트> 소개

 

'라운드 프로젝트'는 경상남도 함양에 위치한 상림공원 내의 상림숲과 연꽃공원(연지공원), 고운광장을 음악과 영상 및 조각 작품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상림공원의 중심에는 숲이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기획된 본 프로젝트는 숲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연결하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관람자의 공감각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일상 속 예술을 지향한다.

 


도시공원 예술로 공공미술사업 - <라운드 프로젝트>
소개 및 기획자의 글
홍보라

 

확실히 다원 예술에 대한 문화 예술계의 전체적인 관심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요즘이다. 다원 예술이라함은 예술의 분류 체계의 하위 단위라기보다는 하나의 총체적인 예술행위(artistic practice)를 통해 작가 혹은 기획자가 취하게 되는 일종의 태도이자 접근 방식일진데, 어쩌다 보니 다원 예술이라는 것이 별도의 예술분야처럼 취급되고 때로는 과장되거나 포장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함양이라는 도시에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것에 앞서서 언제나 그랬듯이 특정한 작가나 작업의 형태, 혹은 예술의 장르를 고려하기에 앞서 장소의 물리적 특성과 문화적 문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떻게 이 특수한 공원을 또 도시공원 예술로라는 이 공공예술 파일럿 프로젝트를 바라볼 것인가 하는 기획자로서의 태도나 입장을 만드는 것이 먼저였다.
함양이라는 지역을 지속해서 방문하고, 상림 숲을 낮과 밤에 거닐어 보기도 하고, 또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의지하게 될 중요한 파트너인 함양의 문화관광과 공무원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상림 숲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계획을 포함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상림 공원에 대한 입체적인 경험과 이해를 하게 되었다. 결국, 이 직간접적인 숲의 체험과 이해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공감각, 시간적 요소가 포함되는 ‘총체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을 끌어내는 것을 이번 라운드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방향성으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즉, 특정한 예술의 장르적 접근을 지양하고 (혹은 그것들을 의도적으로 섞어 ‘다원’이라는 이름의 하부 장르로 편입하지 않고) 특정한 행위를 지시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숲이라는 환경 자체가 지닌 바람, 소리, 냄새, 빛 등의 여러 요소를 직접 듣고, 보고 거니는 직접적인 경험의 층위와 함께 상림 숲을 직접 방문하여 물리적인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라운드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질 새로운 웹사이트를 통해 문학적, 시각적, 청각적 체험을 하는 간접적 경험의 층위를 입체적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특히, 후자의 경험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적 이동이라는 한계를 쉽게 극복하면서도, 숲의 물리적인 체험보다는 미리 체험하는 미래의 경험, 미래에 대한 기억이라는 아이러니 하지만 아름다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웹 기반으로 혹은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앱, app)을 통해 경험하게 될 숲에 대한 간접적 경험과 실제 방문을 통해 체험될 물리적 경험이 중첩되거나 미끄러지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의 층위를 만들어보길 의도한 것이다. 또, 웹이나 앱을 통한 새로운 경험의 층위가 함양이라는 지역, 또 이번 라운드 프로젝트의 사이트가 될 상림 공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go viral!) 역할을 해주길 은근히 기대해 보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vs.(versus, 버수스) 정신이다. 버수스라는 것이 하나 이상의 현상이 서로 대조, 대비되거나 비교를 통해 서로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혹은 비교를 통해 같음과 다름이 실제로는 중첩되기도 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자연의 아름다움은 추함을 품고 있고, 지속적인 것은 한시적인 것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상정하고 상대적이고 비교적인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와 입장을 드러내고자 의도하였다. 즉, 하나의 강력한 모뉴멘트를 만들거나 선언적인 태도를 가져가기보다는 기획의 일정 부분은 과정을 통해 열어두고 새로운 가능성이 계속 스쳐 지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상림 공원의 중심에는 숲이 있다. 이것은 그 어떤 멋진 예술적 기획이나 시설이 대체할 수 없는 아주 분명한 사실이자 전제이다.
   
그래서 이번 라운드 프로젝트에 함께 협업하게 될 다양한 주체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방자치단체, 기획자, 작가들 등등) 모두 각각 다른 목적과 입장을 가졌다 하더라도 ‘숲’이 또 ‘예술’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다는 것에 대해 공동의 이해를 해야 할 것이다.
숲을 중심으로 두면서도 지역(커뮤니티)을 대상화하는 단편적인 참여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지역시민의 적극적 참여(extreme citizen involvement)를 시도하는 작업으로서 장민승+정재일 작가 듀오가 계획하는 ‘소리산책(스피어스) 프로젝트’(음악과 영상)가 있다. 함양의 유소년, 청소년 그리고 성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으로 진행될 본 작업은 상림 숲의 사계를 주제로 한 오리지널 스코어의 음악을 창작하고 그것을 지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연주하고 숲의 여러 장소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하게 된다. 그 영상과 음악은 각각 웹을 통해 공유될 것이고, 또 GPS 기반의 앱을 통해 숲을 걸으며 특정 장소에서 연주된 곡들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또 다른 층위의 공감각적 체험을 제공하게 된다. 비록 사용과 편리에 방점이 찍힌 시설이나 눈을 즐겁게 하는 조형물 작업은 아니라 하더라도 ‘음악’이라는 공통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지역의 자산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작업 과정에 참여하는 함양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더 나아가 함양의 모든 시민에게 이 음악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오래도록 남아 고향에 남아 있는 이들에겐 그들을 이어주는 공동의 경험으로, 또 고향을 떠나 살아가게 될 이들에게는 고향과 자신을 잇는 기억의 끈이 되어주길 바란다.
상림 숲의 입구에 비교적 최근 문을 연 복합문화시설과 그 뒤편으로 최근 개발된 근린공원은 새로 만들어진 편리한 시설에도 상림 숲과 비교해 시민의 사용이 낮은 편이다. 비록 상림 숲의 겹겹이 쌓인 시간의 레이어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예술 작업을 통해 근접하기란 어렵겠지만 마치 상림 숲의 거울 이미지처럼 ‘빛’이라는 요소를 적극 끌어들인 일련의 조형물로 구성된 또 다른 형태의 개념의 ‘숲’을 구현해보고자 기획하였다.
물론 외부 조형물이 가진 태생적 한계가 있겠지만, 함양 시민에게 상림 숲이 일상의 아름다운 한 조각이 된 것처럼 고운 광장에 놓일 정소영 작가의 일련의 (그 작동 방식이 숲의 빛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만화경과 잠망경의 원리를 빌린) 조형물들은 함양 시민에게 일상의 작은 반짝이는 순간이 되고자 한다. 만화경이 끌어들일 빛, 잠망경 안으로 들여다볼 하늘의 한 조각과 함께 잠시 앉아 쉬어가기도 할 의자가 되기도 할 이 조형물들은 어린이들에겐 일종의 놀이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예술의 특성은 그 과정을 통해 유연하게 변해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이겠지만, 공공자금이 투입되는 공공프로젝트는 행정상의 이유로 그 유연함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주요 작품이 다소 긴 준비 과정을 통해 기획/진행이 된다면, 좀 더 유연한 태도로 지역 커뮤니티와 한시적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국내외의 작가와 함께 계획하고 있다. 또, 숲이라는 특수한 환경 안에서 음악을 매개로 공간에 개입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비록 올해에 그 바람을 실행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이런 한시적인 공간 개입을 통해 이 아름다운 숲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해보고 싶은 사심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