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구, 대화와 협업 YOUR FRIEND,
조금은 별난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우리가 아는 전시란, 작가의 완성된 작품을 보기 좋게 걸어두고 천천히 둘러보며 관람하는 형태의 것이 아니던가요?
제가 다녀온 전시장은 ‘완성중인’ 작품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갤러리팩토리의 새해 첫 전시 <당신의 친구, 대화와 협업>입니다.
서촌에 위치한 갤러리팩토리는 작가의 개인전과 워크숍을 진행하는 소규모 전시공간으로, 공공미술에 대한 프로젝트나 국제교류전 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종종 지나던 길이었지만 직접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 가만 생각해 보니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었더군요.
이 별난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전시장 입구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최태윤작가 입니다. 드로잉작가이자 설치 미술, 전시기획을 모두 아우르는 그는, 전시를 기획하던 중 재미있는 생각을 하나 떠올립니다.
완성된 작품을 선보이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전시를 벗어나자는 것이죠. 개인전도 기획전도 아닌, 많은 이들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작업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의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본인의 작품을 현장에서 그려 완성시키는 최태윤작가의 의도처럼 정말 ‘살아있는 전시’가 되겠군요.
전시장 안에 걸린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이 전시에 대해 주고받은 소통의 과정 전체가 전시의 일부분입니다. 입구에 놓인 A4 한 장에 인쇄된, 협업을 위한 초대장 역시 이번 작품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죠.
전시의 타이틀이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제 바람은 이 전시가 관객이 서로 친구가 되고, 모르던 친구를 발견하고, 또 저와 다른 작가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작가의 의도처럼 전시공간 자체가 친구 관계를 의미합니다. 최태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형식적인 틀과 작품 주제를 다루는 거대한 담론을 세우기 이전에,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되돌아보고자 했습니다.
예술이 사회적인 이슈를 담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대중에게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다가가는 순간,
원래 의도했던 예술성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다 차치하고 우리가 자유롭고 즐겁게 이야기했던 그것에 대해서.
“(중략) 소셜미디어에서부터 각종 고객서비스와 제품설명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우리는 서로가 친구”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예술이 친밀함과 우정을 얻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http://the-scent.co.kr/xe/art/2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