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 Intervals
2009.7.24_8.15

간격 Intervals
by 문영민


 

 



간격 Intervals
글_문영민

문영민은 그간 예술에서 언어의 시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잠재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작가에게 언어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언어가 그 자신에게 무엇인지를 묻게 한다. 일상에서 언어가 자신의 주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천착해온 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자신이 어릴 때부터 읊어온 천주교의 기도문에 대한 응답을 시도한다. 

흔히 '연도(煉禱)’라고 불리는 이 기도문은 죽은 이의 넋을 추모하는 것으로서, 천주교 전통의 장례식 때나 죽은 이의 기일에 특히 많이 읊어진다. 연도는 구약성경 <시편>의 여러 구절들이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파생된 현상으로, 특히 히브리어와 라틴어의 고유명사, 예루살렘과 같은 지명과 수많은 성인 성녀의 이름들이 유교적 문화와 세계관의 렌즈를 경유하면서 이종교배된 텍스트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우리 말에서 이미 소실된 구어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기이한 혼성적 사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연도는 다언어와 다문화로부터 끌어온 인용의 몽타주라고 할 수 있다. 연도에 포함된 많은 어구들은, 어린 시절의 작가에게는 무슨 뜻인지 좀처럼 알 수 없는 표현들이었다. 오래전에 출판된 연도책의 형식 역시 고서적과 흡사했다. 이렇듯 연도의 내용과 형식의 괴리에는 깊은 진폭이 있다. 연도를 여러 명이 함께 읽을 때는, 기도를 주도하는 한 사람이 각 문장의 앞 부분을 소리 내 읊고 나머지 사람들이 뒷부분을 함께 읊어 대응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문영민이 이러한 연도문을 예술적 언어로 재현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한때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이거나 천주교리 그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가 어려서부터 가족과 함께 읊어온 이 연도가 실은 일종의 외국어와 같으며 다언어로 구성되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고 보면 이질적인 외국의 문물인 천주교리뿐 아니라, 세계화된 오늘날에는 너무나 생경해진 구어체 국어 역시 외국어와 같고, 그 둘이 뒤섞여 전혀 다른 성격의 또 다른 외국어 효과를 파생시키기 때문이다. 즉 연도를 이루는 이종혼성성은 그의 의식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다. 어린 시절에 모국어의 일환처럼 익숙하게 받아온 이런 이종혼종성의 세례에 대한 물음은 지금 성인이 된 그의 또 다른 현실을 되묻는 행위일 수도 있다. 즉 유교사상과 천주교의 어휘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이음매 없이 매끄럽게 나타나는 연도를 통해, 그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겪은 모국어의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그의 회화(수채화)와 사운드 작업은 연도와 대결함에 있어 무턱대고 받아쓰거나 뒤따라서 발언하는 것을 거부하기 위한, 탈식민화한 텍스트를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즉 천주교, 유교, 문화적 제국주의가 무차별적으로 각인된, 혹은 그것들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빈 용기가 되라는 주어진 역할을 거부하기 위함이다. 한편 그의 작업은 기도문을 분절하고 더듬어 읊는 발화과정에서도 일종의 경건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와 같은 발화행위는 모방성의 형태일 수는 있지만 기도문이 본래 갖는 의미행위와는 결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천주교 미사 중 여성들이 머리에 착용하는 스카프는 문영민에게 이러한 고민들의 물질적 구현으로 보인다. '미사보 시리즈'는 작가가 직접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미사보의 유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후 캔버스에 출력한 것으로서, 그중 올바른 답변들이 지시하는 성경구절 속 내용은 언어가 어떻게 신체 속에 깃들여 있는가를 제시한다. <고린토 전서>에 의하면 미사보는 원래 유혹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여성의 욕망과 남성의 응시에 대한 억압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영민은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갈등으로 점철된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종교배적인 존재로서 살 수 있을지 문제를 제기한다. 연도나 미사보는 어떠한 언어적, 문화적 주체도 순수한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것은 작가로 하여금 모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가 외국어라는 점을 인식하게끔 도전하고 있다. 그 복잡한 이종혼성성의 텍스트들을 재구성해봄으로써 문영민은 번역에 내재된 양의성과 더불어 살아가기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있다.



 

 

 

문영민 약력

 

 

Education

2002

하버드 대학교, 석사

 

1996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디 아츠, 석사

 

1992

온타리오 칼리지 오브 아트, 학사

 

 

Solo exhibitions

2017    

<관계의 감각Some Sense of Order>, 산수문화, 서울

 

2015    

<관계의 감각Some Sense of Order>, 무각사, 광주

 

2015    

<관계의 감각Some Sense of Order>, 스페이스 몸 미술관, 청주

 

2014    

<관계의 감각Some Sense of Order>, 갤러리 오뉴월, 서울

 

2014    

<관계의 감각Some Sense of Order>, 우민아트센터 프로젝트 스페이스, 청주

 

2011

<There it is our homeland, my dear>, 사라 도일 갤러리, 브라운대학교, 프로비던스, 로드 아일랜드

 

2011

<There it is our homeland, my dear>, 헌트 캐버너 갤러리, 커네티컷 컬리지, 프로비던스, 로드아일랜드

 

2009

<간격 Intervals>, 갤러리 팩토리, 서울

 

2008

<말 몇마디 Speech Morsels>, 스미스 컬리지 오스맨 갤러리

 

2007

<Bomber Girl and Megamen>, 1708 갤러리,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2006

<감염>, 대안공간 풀, 서울

 

2006

<그로테스크 라이트>, 매사추세츠 앰허스트 주립대 허터 갤러리

 

2004

<Thin Flesh>,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2004

<카스타익의 기억>, 에머슨 대학교, 보스톤

 

1998

<추상에 대하여>, 금호미술관, 서울

 

 

Group exhibitions

2017    

<망각의 노래>, 세마 남서울 미술관, 서울

 

2017    

<풀이 선다>, 아트스페이스 풀, 서울

 

2016    

<세마소장품 쇼케이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5    

Lyric Visions, 메사추세츠 주립대학교 현대미술관, 애머스트

 

2014    

Shades of Time: An Exhibition from the Archive of Korean-American Artists Part 2

1989-2001, 퀸스미술관과 갤러리 코리아, 뉴욕

 

2013    

Where the Ends Meet, Galerie Houg Art Contemporain, 리옹, 프랑스

 (김희진 큐레이터, 카타로그)

 

2013    

<기울어진 각운들>, 국제갤러리, 서울 (김현진 큐레이터, 카타로그)

 

2012

<먼지우주>, 아트스페이스 풀, 서울

 

2010

<우리시대의 다문화>, 경기도미술관, 안산 (파리 르 빠비용과 협업, 도록)

 

2009

Beyond the Instance of an Ending, 허터 갤러리, 매사추세츠 주립대

 

2009

<우문현답>, 갤러리 쿤스트독, 서울

 

2009

<Haunted Memories>, 갤러리 코리아, 뉴욕 한국문화원

 

2009

<롤랑 깁슨갤러리 신작구입전>, 뉴욕 포츠담 주립대

 

2008

<움직임>, 스미스컬리지 미술관

 

2007

<Exquisite Crisis & Encounters>, 아시안/패시픽/어메리칸 인스티튜트 갤러리, 뉴욕대학교

 

2007

<Works on Paper>다지 하우스 갤러리, 로드 아일랜드 프로비던스

 

2005

<In The Game>, 사우스 쇼어 아트센터, 코하세트, 매사추세츠

 

2005

<신소장품전>, 뉴욕 포츠담 주립대 롤랜드 깁슨 갤러리

 

2003

<Multiple Visions IV >, 셀비갤러리, 사라소타

 

2002

<Oh Bondage Up Yours>, 아담스 아트 스페이스, 하버드대학교

 

2002

<Bound and Gagged>, 카펜터 시각미술센터, 하버드대학교

 

2000

<Half Life>, 카펜터 시각미술센터, 하버드대학교

 

1996

<혼성의 공간들>,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대학교 갤러리

 

1995

<Line Dropping Off a Page>, 아만다 오버링 갤러리, 로스앤젤레스

 

1992

<Cold City Gallery Invitational>, 콜드시티갤러리, 토론토

 

1992

<Invitational > I.D.A 갤러리, 요크대학교, 토론토

 

1991

<Three Young Painters>, 드라빈스키 갤러리, 토론토

 

 

Grants

2014      

구겐하임재단 펠로우쉽

 

2012

버크셔 타코닉 재단 작가 지원상

 

2012

마리온 앤 재스퍼 와이팅 재단 펠로우쉽

 

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남북 및 재외동포 예술교류 지원

 

2005

뉴욕 포츠담 주립대 롤랜드 깁슨 갤러리 작품 구입상

 

2005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국제문화교류부문 전시기획지원

 

2004

프리맨 재단 동양학 연구 지원

 

2002

매사추세츠주 문화진흥원 작가지원

 

2000

캐나다 문화진흥원 작가지원

 

1995

온타리오 문화진흥원 작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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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요

제목 : 간격 Intervals
전시작가 : 문영민
오프닝리셉션: 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저녁 6시
전시일정 : 2009년 7월 24일 (금) - 8월 15일 (토)
전시시간 : 화-일 오전11시 - 오후6시30분 (매주 월요일 휴관)




Overview
Title : intervals
Artist : Moon Young-min
Opening Reception : 6:00 p.m., July 24, 2009
Duration : July 24, 2009 - Aug 15, 2009
Hours : 11:00 a.m. - 6:30 p.m. (Closed on every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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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팩토리
전화 : 02-733-4883
이메일 : master@factory483.org
웹사이트 : www.factory483.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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