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 거리 Within Arm's Length |
2014.4.30 - 5.25 |
그 정도 거리
Within Arm's Length
by 로와정
RohwaJeong
전시 개요
갤러리 팩토리의 2014년 4월 - 5월의 전시는 ‘로와정 개인전 - 그 정도 거리’이다. 본 전시는 우리가 흔히 중심이라 표명하는 무엇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사이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그들이 전시를 통하여 다루게 될 ‘중심’과 ‘주변’은, 전시와 그것을 구성하는 ‘과정 및 장치’이다. 즉, 전시가 이루어지기 직전까지의 일련의 과정 그 자체를 작품으로 치환하는 것이 본 전시의 핵심이다. 이는 중심이 생겨나기 전 어쩌면 중심, 혹은 그 가까이였는지도 모르는 언저리들을 다시 원래의 위치에 놓아보고자 하는 로와정의 작은 움직임이다. 총 5점의 신작 중 <Rearview> 는 두 개의 페인팅이다. 각각의 캔버스에 그려진 대상은 상대방이 그리고 있는 캔버스의 뒷면이다. 일반적으로, 페인팅이 완성되면 우리는 그 이면을 볼 수 없다. 존재하지만 숨겨지고 가려지는 부분을 앞으로 드러낸다. 또한,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긴 조각 <Doubled distance>는 팩토리에서 지난 10년간 사용하던 사다리이다. 로와정은 전시 이외의 기간에만 전시 공간에 나와 설치를 도와주던 사다리를 작품으로 재제작하여, 전과 다른 역할에 놓이게 한다.
전시 글
- 박상미
영어로 자주 쓰는 말 중에 "팔 길이만큼 거리를 둔다"는 표현이 있다. 더 가까워져도 될 상황에서 소원하게 거리를 두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문자 그대로 보면 팔 길이는 매우 가까운 거리이다. 이 가까운 거리가 때에 따라서는 회복될 수 없는 시간처럼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로와정의 전시 "그 정도 거리 Within Arm's Length"는 작업과 전시를 둘러싼 거리distance에 관한 얘기다. 거리는 두 지점 사이에 놓인 공간의 정도이다. 물리적 거리는 수량화되어 표기되지만, 그보다 더 자주 경험하는 건 수량화되기 어려운 인지적perceptual 거리이다. 인지적 거리는 물리적 거리와 큰 상관관계를 맺기도 하고 '팔 길이'처럼 별 상관이 없기도 하다. 극단적인 예로 그림의 앞뒷면, 즉 그림의 앞과 뒤는 거리가 없다. 한 몸의 다른 측면인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림이 벽에 걸리면 앞면과 뒷면은 시작과 끝처럼 소원하다. 로와정은 전시의 이면, 그림의 뒷면을 생각한다. 화가란 결국 그림의 앞면을 그리는 사람인데, 그들은 농담을 하듯 그림의 뒷면을 그리기로 한다. 그러고는 각자 맘에 드는 크기의 캔버스를 골라 상대방이 그리는 그림의 뒷면을 그린다. 그렇게 하니 재미있게도 마주 보고 서로의 초상을 그리는 형국이 되었다.
왜 캔버스의 뒷면이었을까? 뒷면은 앞면의 배타적 이면이자 폭로이다. 앞면은 뒷면을 헤아리지 않고 뒷면은 앞면의 내용을 책임질 수 없지만, 앞뒤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비밀스럽게 내통한다. 작가의 작업 생활에서 앞면이 전시라면 뒷면은 작업과정이고 작업실일 것이다. 작가의 작업실은 오래 전부터 그림의 주제가 되어왔다. 실제로 로와정은 <Rearview>를 구상할 때 벨라스케스의 작업실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벨라스케스는 <시녀들>에서 왕과 왕비의 초상을 그리는 상황의 주변적 풍경을 그렸다. 어린 왕녀와 시녀들, 호위병, 난쟁이, 개, 궁정 화가… 그리고 캔버스의 뒷면이 있다. 이 그림에선 두 개의 거울이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하나는 그림 밖에서 화가와 그의 캔버스를 비추고, 다른 하나는 그림 안에서 왕과 왕비를 비춘다. <Rearview>에서 로와정은 서로(의 작업)의 거울이 되어 서로(의 작업)의 뒷모습을 그대로 비춘다. 뒷모습을 비추는 거울처럼 말이다(마그리트의 <Not to be Reproduced>에선 실제로 뒷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등장한다). 여기서 둘은 귀엽게도 서로의 시야를 서로의 몸의 크기와 비례하게 한다. 즉 노윤희는 30호 캔버스가 너무 커서 시야에 다 안 들어온다는 듯 자르고, 정현석은 20호 캔버스가 너무 작다는 듯 주변 광경까지 캔버스에 담는다. 로와정 특유의 자조가 담긴 이 작품은 결국 그들의 '작업실', 작업과정의 초상이다. 여기서 앞과 뒤는 하나의 평면 위에서 만나고 작가와 작업실은 동격이 된 듯하다. 결국 이 그림 두 점은 로와정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전시 공간에서 사다리가 유명해진 것은 오노 요코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그때조차 주인공은 Yes 라고 작게 쓴 설치 작업 <천장화Ceiling Painting>였고, 사다리는 이를 위한 보조물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사다리는 좀 더 본격적인 전시의 일부가 된 듯하다. <Doubled Distance>는 사다리의 부분들이 재구성된 구조물이다. 사다리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형태가 변형되었다. 사다리는 본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닿기 위한 도구로, 목표 지점과의 거리를 좁힌다. 여기서 사다리는 기능을 위한 구조를 풀면서 원래 사다리 높이보다 두 배 이상 길게 늘어났다. 6m가량의 직선이 된 사다리는 본래 기능은 잃었지만 전시장 내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거리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기다란 구조가 거의 같은 두 개의 몸체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구조는 중간에서 접히므로 두 몸체는 맞닿을 수도 있다. 구조의 양 끝에 주목하면 이들은 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양극을 형성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다리의 정체에 공감한 로와정이 전시장에서 헐크처럼 제 몸을 변형시킨 것일까? 변형의 결과는 반대 방향으로 차갑게 멀어진 두 개의 몸체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불가분인 한일자(一)의 형태가 되었다.
<치밀한 작전>에서 우리는 빈 공간을 보게 된다. 그 위로 두 사람의 대화가 자막으로 얹혀진다. 빈 공간은 전시장인지 새집인지 알 수 없다.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뭔가 계획하고 있다는 것과 계획이 공간과 관련된다는 것. 어쩌면 프란시스 코폴라의 영화 <The Conversation>이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두 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엿들은 대화는 엄청난 오해를 낳게 되고 보이고 들리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전시를 보는 일은 오해에 관한 것일까, 이해에 관한 것일까?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우리의 이해에 도움이 될까, 오해만 증폭시키는 걸까? 작가와 관객 사이에는 전시장만큼의 거리가 있다. 빈 공간을 바라보며 대화를 읽는 우리는 여전히 그 거리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거리는 불가피하고, 때로는 이 영상 속 시야를 가리는 공간 모형처럼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거리 없이 성취되지 않는다. 관객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한 발짝 물러나 적당한 물리적 거리와 심적 거리를 두고, 작가들은 그들을 자극하는 미적 영감에 거리를 둔다. 예전 화가들은 모델의 크기를 측정할 때 한쪽 팔을 뻗어 길이를 쟀다. 그때 사용하는 막대기는 모델과 화면의 비율을 재는 기준이 되었다. 로와정은 마치 팔을 뻗어 그들 주변의 것들의 거리와 비율과 연루와 공감의 정도를 재는 듯하다. 두 지점 사이의 불가피한 거리를 안타까워하며,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측정하려 하는 것이다.
작가소개
로와정(노윤희, 정현석)은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국민대학교에서 입체미술을 전공, 졸업 후 2007년부터 로와정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 해 예술공간 HUT과 진흥 아트홀에 신진 작가로 선정되어 개인전을 가졌고, 쌈지스페이스에서 2008년 Emerging Artist에 선정되었다. 같은 해에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에 들어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독일의 슐로스 발모럴(2009), 슐로스 플뤼쇼브(2010), 시떼인터내셔날레데자르(2012~3) 레지던스에 다녀왔다. 그 사이사이 적당하게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해 작업 중이다.
전시 비디오 아카이브
전시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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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 02-733-4883
이메일 : galleryfactory@gmail.com
웹사이트 : www.factory483.org
Overview
Title : Within Arm's Length
Duration : April. 30, 2014 - May. 25, 2014
Artist : RohwaJeong
Artist talk : May. 25, 2014, 6:00 p.m.
Hours : Mon.- Sun. 11:00 a.m. - 8:00 p.m.
Inqu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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