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찾기 Looking Out for Blind Spots |
2014.9.4 - 9.24 |
사각지대 찾기, Looking Out for Blind Spots
by 오인환
전시 개요
오인환 작가는 이번 개인전, “사각지대 찾기”에서 지배문화가 허용하지 않는 다양한 문화가 출몰하는 장소로서 ‘문화적인 사각지대’를 의미화하고, 그 출발점으로서 개인들의 다양한 사각지대 찾기에 주목한다. 아울러 작가 자신의 미술작업이 이러한 ‘문화적인 사각지대’ 찾기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드러내는 작업들을 이번 개인전에서 발표한다. 작가는 멀리 떨어진 두 곳의 장소, 경리단길의 ‘윌링앤딜링’과 자하문로의 ‘팩토리’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갖는다. 각각 두 전시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영상은 서로 다른 전시장으로 전송되고, 관객은 모니터를 통해 다른 곳에서 진행 중인 작가의 또 다른 개인전의 풍경을 보게 된다. 하지만 카메라가 가진 화각의 제한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존재하게 되고 관객은 상대편 전시장의 일부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관객은 모니터를 통해 보았던 전시장을 직접 찾았을 때, 모니터를 통한 매개된 감상방식과 전시장을 방문해서 직접 감상한 것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오인환 작가는 텍스트, 소리, 영상 등 비물질적인 매체와 과정중심적, 참여적, 장소특정적인 방식 등을 사용하여 타자의 관점과 문화비판적인 입장에서 정체성, 커뮤니티, 가부장제, 집단주의 등 다양한 문화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오인환 작가는 2012년 “거리에서 글쓰기” (신도리코문화공간, 서울), 2009년 "TRAnS" (아트선재센터, 서울) 등 다수의 개인전과 2014년 “스펙트럼-스펙트럼” (플라토, 서울), 2012년 “디스로케이션” (대구미술관, 대구), 2011년 “이미지 충돌: 한국현대비디오작품전” (콜로라도 대학교 미술관, 발더, 미국), 2010년“Body & Soul of Writing between East and West”, Giorgio Cini Foundation (베니스, 이태리) 등 국내외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에서 수학했고 미국, 뉴욕의 헌터컬리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가의 글
“사각지대”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느 한 위치에서는 대상을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제한된 지역이다. 한 사회/문화에서도 지배적인 문화나 그 감시체계가 미치지 않는 공간, 즉 ‘문화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즉 어떤 사회에서나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들에게 작동하는 지배적인 문화권력 체계가 있으며 이러한 문화권력 체계는 그 사회에 속한 개인들이 지배적인 가치체계를 수용하도록 작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개인은 지배가치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역할, 정체성, 욕망 등을 구성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개인들이 전적으로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권력 체계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문화 체계 내에서 허용될 수 없는 개인의 욕망은 포기되지 않고 실현 가능한 공간을 찾아낸다. 이러한 개인적인 시도와 노력으로부터 촉발된 ‘문화적인 사각지대’란 지배적인 문화의 감시망이 미치지 않음으로써 지배문화에서 배제된 욕망들이 실현될 수 있는 공간이다. 본인이 주목하는 것은 문화적인 사각지대의 발견이 지배문화의 배타성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창조성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즉 문화적인 사각지대의 출발로서 개인적인 사각지대 찾기는 -소위 ‘일탈’과는 구분되는- 지배문화 혹은 집단적인 체계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특히 불법화된 타자들의 욕망은 그 실현을 위해 공간 찾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으며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문화권력이 도달하지 못하는 탈권력화된 영역을 만들게 된다. 그러므로 타자의 공간으로서 ‘문화적인 사각지대’는 개인적이고 탈권력화된 속성을 유지한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문화적인 사각지대나 개인적인 사각지대를 찾는 과정은 비시각적이지만 그 결과는 우리가 사는 일상의 공간에서 시각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을 피해 자신들만의 ‘다락방’을 발견해내고, 동성애를 금지하는 도시에서도 게이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 공간을 창조해낸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한 사각지대라고 해도 영구적으로 보존될 수는 없다. 단일하고 고정된 시점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인 사각지대와 달리, 문화규범적인 통제의 시점은 단일하지도, 고정되지도 않다. 이러한 다시점 그리고 이동하는 시점은 ‘문화적인 사각지대’가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점거의 방식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개인이나 타자들의 사각지대 찾기가 정지될 수 없는 지속적인 과정임을 이해하게 한다.?
이번 개인전, “사각지대 찾기”에서는 지배문화가 허용하지 않는 다양한 문화가 출몰하는 장소로서 ‘문화적인 사각지대’를 의미화하고, 그 출발점으로서 개인들의 다양한 사각지대 찾기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의 일상에 현존하는 공간적인 사례들을 통해 문화적인 사각지대란 관념적인 구상이 아니라 일상의 현실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리고 지배적인 문화권력과 감시망에 무릅쓴 것은 대항적인 집단이나 권력이라기보다는 사각지대를 발견해내는 개인들의 일상적인 노력임을 시각화하고, 아울러 본인의 미술작업이 이러한 ‘문화적인 사각지대’ 찾기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1. 상호감상체계 - 전시장소: 윌링앤딜링, 팩토리
이번 개인전을 위한 두 곳의 전시장, 경리단길의 ‘윌링앤딜링’과 자하문로의 ‘팩토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이용해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장소를 상호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다. 즉 팩토리의 내부를 촬영한 감시카메라의 영상은 윌링앤딜링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고, 윌링앤딜링의 감시카메라 영상은 팩토리에 설치된 모니터로 중계된다. 하지만 감시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관객이 모니터를 통해 전시장 내부를 감상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 감시카메라에 포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전시장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공간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 공간작업 역시 강조된 시각성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감상자가 모니터를 통해 그 결과를 관찰할 수 없으며 감상을 위해서는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야만 한다. 관객들은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모니터를 통한 매개된 감상방식과 전시장을 방문해서 직접 감상한 것의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보여지는 것과 본 것의 차이, 그리고 시각적인 경험과 신체적인 경험의 복합적인 관계를 체험할 수 있다. 관객들의 감상 방식의 선택은 두 개의 전시장을 구분, 연결, 혹은 보완 등 다양하게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2. 나의 사각지대 - 전시장소: 윌링앤딜링
한국의 군대는 집단의 결속과 통제를 전제로 사병들에게 개인의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적 공간이 부재하는 군대는 젊은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개인적인 욕망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결국 군대 내부에서 개인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사적 공간을 찾아야 한다. 군대를 경험한 전역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군대라는 통제 사회에서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찾아낸 공간 및 방식을 수집하고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삶의 공간으로서 사각지대의 의미를 조명한다. 그리고 전역자들의 군대 내부에서의 다양한 사적인 공간 찾기의 결과들은 집단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었던 병영이라는 공간을 사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건축 또는 공간 구조의 차원에서 다룬다.
3. 유니폼 - 전시장소: 팩토리
유니폼은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특징을 지님과 동시에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시각적인 결과물로 여겨진다. 그리고 유니폼은 집단의 정체성에 부합하도록 구성원 개개인들의 신체적인 조건이나 행동방식을 지시하는 방식일 수 있다. 특히 유니폼의 규격화된 형태와 개인의 다양한 신체적인 차이들의 상반된 관계를 생각할 때 유니폼은 신체적인 통제를 통해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유니폼은 디자인의 차원은 물론, 관리에서 착용방식에 이르기까지 규격화되기 마련이다. 특히 군복과 같이 집단적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유니폼은 다림질로 주름을 잡고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도록 관리되고, 유니폼을 입은 사람도 그 형태가 잘 유지되도록 자신의 행동을 절제하고 제어한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다림질로 유니폼의 주름을 잡고 주름이 훼손되지 않게 유니폼을 입는 과정을 반복한다. 반복하는 횟수에 맞춰 유니폼의 주름의 수도 증가함으로써 주름을 훼손하지 않고 유니폼을 입는 행위가 점차 어려워진다. 즉 주름이 증가하는 만큼 유니폼을 입는 사람의 신체와 행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러운 신체적인 활동은 주름이 잘 잡힌 유니폼의 형태를 흩트리는 방식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니폼이란 집단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것은 물론 신체적인 통제 방식임을 드러낸다. 즉, 유니폼 입기 퍼포먼스는 개인의 자발적인 수용과 강제적인 주입 사이의 위치한 집단 정체성 형성의 이중적인 관계를 다루는 방식이다.
전시문의
갤러리 팩토리
전화 : 02-733-4883
이메일 : galleryfactory@gmail.com
웹사이트 : www.factory483.org
Overview
Title : Looking Out for Blind Spots
Duration : September. 4, 2014 - September. 24, 2014
Artist : Oh Inwhan
Hours : Mon.- Sun. 11:00 a.m. - 7:00 p.m.
Inqui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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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 02-733-4833
E-mail : galleryfactory@gmail.com
Website : www.factory483.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