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공동체는 오늘날 공동의 목표나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의식이 해체되어 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동질성에 방점이 찍힌 안정 지향적인 공동체가 아닌, ‘우연한 사건’을 매개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소멸되는 열린 개념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코뮌주의에 주목하는 전시이다. 이는 목표와 이유에 근거한 합리적인 공동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공동체 혹은 어떤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의 공동체까지도 포괄하며, 그 구성단위가 복수의 사람 뿐 아니라 이미 온전한 하나의 집합체인 개체 (개인), 그리고 동물, 식물, 사물, 기계까지 아우른다.

이 공동체는 우발적이고 우연한 ‘사건’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데 본 섹션은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되기까지 개체가 모이고 흩어지고 순환되는 '우연을 가장한 일련의 구성 질서'에 주목한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상이하고 특이한 개체들은 - 그것이 단체든 개인이든 - 모두 이 우연한 공동체라는 전시를 매개로 또 하나의 임의의 공동체를 이루게 된다. 흩어진 개인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모습은 전시를 위해 우연히 모인 개인들이 다른 성격의 작가들과 협업하여 제시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들을 아카이브 내지 작품을 통해, 또한 SNS 등의 방식을 통해 드러내며 완성된다.

전시 공간의 구성에 있어서도 서로 독립적이지만 일부 서로 얽혀 있기도 하고, 또 광장과도 같은 공동의 공간을 두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열린 광장으로서의 공동 공간은 전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번식하게 될 아카이브와 다양한 일시적 이벤트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