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미감


◇ 감동환, 바스 스티트겐, 스테파니 리틀러, '보이즈 온 휠즈', 2016
감동환, 바스 스티트겐, 스테파니 리틀러는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조형예술과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만난 동료이자 협업체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삶의 배경과 지식으로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마찰을 일으키는지를 탐구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공동’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그 결과물이 어떻게 사회와 소통하는지를 탐구하고 질문한다.
바퀴 달린 3개의 장치로 고안된 이 작업은 실제로 이동 가능한 부엌이다.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만들어진 ‘볼타’, 도마와 서빙의 영학을 하는 ‘럼버잭’, 화산처럼 강력한 화력을 갖고 있는 화덕인 ‘핫산’은 감동환의 유머스러운 드로잉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들이 프랑스 루마 재단의 디자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고안된 이 이동식 부엌 장치는 재단이 위치한 프랑스 아를 지역에서 찾은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실제로 지역 아프리카 커뮤니티와 함께 즐거운 음식 축제를 진행했다.

◇ 강주성 '도시 헬싱키, 코펜하겐의 변화를 이끄는 이들의 인터뷰', 2016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강주성은 정보디자인과 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현재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업하고 있다.
레스토랑 데이는 누구나 길거리에서 하루 동안 새로운 음식을 나누며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핀란드 헬싱키에서 기획된 음식 축제이다. 핀란드의 젊은 청년인 티모 산탈라(Timo Santala)와 올리 시엔(Olli Sirén)이 2011년 5월 처음 개최된 이 작은 움직임은 현재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넘어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강주성은 이 축제의 과거와 현재를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한다. 레스토랑 데이의 설립자의 인터뷰에서 카니발이라고 지칭되는 레스토랑 데이가 도시에 끼친 영향을 질문하고, 푸드 바이커인 푸롤라(Puurola)와 그릴라리(Grilari)를 통해서 변화하는 음식을 통해서 변화되는 도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도시와 디자인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는 인터뷰가 이어진다.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의 큐레이터 수비 살로니에미(Suvi Saloniemi)는 모빌리티 문화가 디자인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로데룸의 큐레이터 샬롯 배거 브란트(Charlotte Bagger Brandt)는 도시에서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문화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기획된 ‘도시 레시피’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사이먼 캐스퍼센트(Simon Caspersen)는 움직이는 정원인 ‘가드닝 파빌리온’ 프로젝트에 이야기 하는데, 이 인터뷰 동영상은 음식을 나누는 단순한 축제가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키고 문화를 만들어 내며 어떻게 삶의 형식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 고든 마타-클락, '푸드', 1971-1973
고든 마타-클락은 1960-70년대 버려진 건축물을 자르고 구멍을 내면서 도시가 갖고 있는 엄격한 시스템에 대해서 질문하고 대안을 시도하고자 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반-건축 운동을 이끌며 도시와 삶에 대해 급진적으로 질문하고 직접 실천하고자 했다. 그는 무정부(anarchy)와 건축(architecture)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아나키텍처(Anarchitecture)’라는 그룹을 만들어 도시의 획일화된 질서를 해체하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고든 마타-클락은 1970년대 초 뉴욕 소호에 있는 건물을 임대하여 ‘푸드’라는 음식점을 운영했다. 그는 동료 예술가들과 공동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5달러 미만의 저렴한 메뉴를 판매했다. 그러나 이 곳은 단순히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예술적 실천과 대안적 삶의 공동체를 실험하는 장소였다. 1970년대 미국의 경제 위기 속에서 작가는 ‘푸드’를 통해서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생산과 소비의 법칙을 전복하고, 사회적 공동체를 창조해 공유의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 김다움, '유통기한들', 2016
김다움은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다양한 측면들을 탐구한다. 관계가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지칭하는 그는 인터페이스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경험과 오해 그리고 흔적들을 소리와 영상, 그리고 오브제로 우리에게 다시 되돌려 준다.
김다움은 “음식에는 개인 또는 집단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가 얽혀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들은 과거의 시공간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상태인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현재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음식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상정하고, 음식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발생하는 소리의 흔적들을 전시장 전체에 배치한다. 음식에 관련된 소리를 전시장에서 직접 녹음하여 관람자는 입체적인 소리의 현장감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작가에 의해서 청각적 장치로 변환된 음식이라는 인터페이스의 흔적들은 우리가 삶을 환기시키는 또 다른 장치가 된다.

◇ 김종범 '라이프사이클002_비씨커피', 2013 , '라이프사이클008_라이드 앤 타이드', 2015
김종범은 공간이나 사물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는 장치를 고안하는 디자이너로, 콜렉티브 노네임노샵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는 디자인을 통해서 각자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라이프사이클' 시리즈는 삶(life)과 자전거(cycle)가 결합된 단어로 개인의 자전거에 각자의 삶에 필요한 기능을 부가하여 새로운 삶을 고안해 주는 서비스이자 작가의 프로젝트이다. 김종범은 특정 인물들의 삶을 연구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장치를 고안하여 그들만의 자전거를 만들어 준다. 라이프사이클의 두 번째와 여덟 번째 프로젝트인 '비씨커피'와 '라이드 앤 타이드'는 이동형 카페이자 꽃가게로, 작가는 바리스타와 플로리스트의 삶을 연구하고 그들에게 삶의 새로운 장치인 라이프사이클을 제공한다. 디자인적 방법론은 타인의 삶을 알아가는 관계의 기술로 변화된다.

◇ 김태범 '도시 피크닉', 2016
김태범은 일본, 미국, 런던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일본, 미국, 영국,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그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개입되거나 갖고 놀 수 있는 설치미술과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작업한다. 특히 포장마차와 같은 초소형 건축물에 관심이 많다. 현재 도쿄에 윙 디자인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건축을 가르치고 있다
'도시 피크닉'은 테이블, 의자, 도구상자와 같은 각각 다른 기능을 하는 박스로 구성된 ‘5단 도시락’으로, 도시의 삶을 즐길 수 있는 개별 포장마차이다. 도시락 형태의 구조물에서 각각의 단을 펼치면 간단하게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테이블, 의자, 다용도 박스 등으로 변형된다. 기술의 발달로 모든 것이 소형화가 되는 현대사회에서 김태범은 역발상을 통해 개인의 단순한 오브제를 확장시켜 사람들과 함께 도시에서 여가를 즐기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 마르쉐@친구들 '시장', 2016
마르쉐@친구들은 2012년부터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석유비축기지, 명동성당 등에서 ‘농부시장 마르쉐@’를 통해 먹거리 문화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생성해 오고 있다. 그들은 이 시장을 통해서 먹거리에 있어서도 점차 극단적 분리가 이루어지는 생산과 소비의 간극을 상호 교류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2014년부터 문화비축기지 공사현장 내 '비빌기지'에 자리 잡고 다양한 팀들과 시민공유지를 만들기와 텃밭과 밥상을 연결하는 '키친팜' 만들기를 함께하고 있으며, 농부와 요리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씨앗밥상 SEED TO TABLE', '농가행 農家行' 등 농사를 매개로 하는 도시적 삶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시장'은 공원과 광장에서 펼쳐지는 ‘농부시장 마르쉐@’에 대한 기록이다. 도시라는 공간에 씨앗을 나누고 기르고 재배하고, 그 작물을 요리하며, 먹고 나누는 행위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와 창조 행위를 만들어 낸다. ‘친구가 생산한 것을 친구가 소비한다’는 ‘우산우소(友産友消) 공동체’ 개념을 실천하고자 한다. 마르쉐@친구들은 2017년 2월 12일 서울관 ‘미술관 마당’에서 마르쉐@를 열어 또 다른 관계 맺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 보니 오라 셔크 '크로스로드 커뮤니티 – 더 팜'(1974-1980), '살아 있는 도서관'(1981-)
예술을 통해서 사회변혁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창조적 공동체 운동을 기획 진행하고 있는 보니 오라 셔크는 1970년대부터 급진적인 퍼포먼스와 커뮤니티 운동을 통해서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그에게 먹는 행위는 인간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가장 철학적이지만 급진적인 행위이다.
'크로스로드 커뮤니티 – 더 팜'은 샌프란시스코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교각 아래 버려진 콘크리트 유휴지를 도시텃밭으로 개간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도시의 자급자족적 농장을 만들기 위해 그는 작가, 지역공동체 구성원들과 더불어, 동물을 기르고 생태적 에너지 환경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및 문화예술 이벤트를 기획 실행했다. 이것은 도시 공동체의 새로운 모델을 고안하기 위한 급진적 실험이었다. 토지 문제로 인해 1980년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셔크는 지난 경험을 진화시킨 '살아 있는 도서관'이라는 프로젝트를 1981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뉴욕으로까지 확장된 이 프로젝트는 지역 학교, 도서관 등과 결합하여 지식을 생산하고 나누는 새로운 도시생태공원, ‘씽크파크’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이다.

◇ 송전동 '제3자의 부엌', 2016
송전동은 송제엽, 전산, 동준모, 유명상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디자인적 방법론을 통해서 도시에 개입하고 실천의 방법론을 모색한다. 어떤 문제에 봉착한 의뢰인이 송전동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의뢰하면 그들은 그 해결을 위한 장치를 고안하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 고안물을 계속 보완하고 확장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마르쉐@친구들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이동 가능한 시장을 위한 장치가 필요했던 마르쉐@친구들은 자신들의 실질적인 문제점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그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장치를 요청했다. '제3자의 부엌'은 도시 장터가 다양한 장소에서 농부, 요리사 공예가들이 워크숍 형태로 관객을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자 커뮤니티를 촉발시키는 도구이다.

◇ 아키타입(이지원) '가스트로노미 앙케트', 2016
아키타입(이지원)은 디자인을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디자인이 어떻게 사회와 더불어 변화되고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한다. 작가는 디자이너 중심의 연구 방법론에서 벗어나 문화적 결과물로서의 디자인을 연구하기 위해 미시사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특히 구술사를 통한 디자인 담론을 추적하고자 한다.
'가스트로노미 앙케트'는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음식과 관련된 일상적인 상황을 제시한다. ‘나는 [A. 효율적인 삶] [B.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나에겐 [A. 무엇을] [B.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하다’, ‘물건을 살 때에는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등과 같은 상황들은 도시의 삶에서 빈번하게 맞닥뜨리는 순간일 수도 있고, 또는 생활에서 다져진 행동 방식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통해 참여자의 취향을 유추하여 음식 문화를 즐기는 방법을 제안하는데, 이는 명확한 답변이기보다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과 밀접한 가스트로노미 활동들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 안아라 '요리사와 함께하는 라운드 테이블', 2016
안아라는 디자이너로 일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식당에 취직해 요리를 시작했다. 2015년 ‘홈그라운드’를 설립하여, 크고 작은 출장요리와 스타일링, 워크숍, 메뉴개발 등을 하며,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창의적인 활동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음식을 나누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건강한 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단위로 활동하기를 모토로 요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요리사 안아라와 초대손님이 음식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안아라는 초대손님을 사전에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음식을 만들지 상상하고 재료를 준비한다. 준비된 재료는 전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그리고 자유롭게 초대손님과 대화하면서 다른 요리로 탄생한다. 이렇게 함께 만들어진 새로운 요리는 초대손님뿐만 아니라 관객들과 나누어 먹게 되고 이로서 우리는 새로운 만남의 경험을 갖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전시 기간 동안 총 4회 진행될 예정이다.

◇ Ab그룹(이혜연) '도시 단면', 2016
Ab 그룹은 노네임노샵 6인 중 김종범과 이혜연이 분할해서 만든 스핀오프(spin-off) 팀이다. A와 b라고 대변되는 서로 다른 생각과 의미를 병렬로 전달하고자 구성된 디자인 그룹이다. 전시라는 플랫폼에 인테리어, 가구디자인, 그래픽 등 디자인적 개입을 통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병렬로 전달한다.
'도시 단면'은 이번 전시를 이끌어가는 무대이자 개별 작가들의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도시 환경과 음식문화가 서로 어떻게 관계 맺고 있으며, 어떻게 도시를 생동하게 하는지를 Ab그룹은 참여작가들과 함께 모색한다. 빌딩 건물, 슬로프, 담벼락, 계단, 이정표, 교각 아래의 공터 등의 요소들로부터 차용된 이미지들은 전시환경을 구축하고 여기에서 작가와 관람객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도시 미감의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

◇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 '스트리트 푸드 라이팅', 2014
스페인 출신의 호르헤 마이네스 루비오는 역사사회학을 다루는 연금술사와 같다.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흡수한 것을 원재료로, 재미있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호르헤는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고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새롭게 맥락화하며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사유방식을 따뜻하고 유머 있게 드러낸다. 그의 전반적인 작품에는 연민과 공유의 정신, 포용하는 에너지가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이 인간임을 다시 자각하게 한다.
'스트리트 푸드 라이팅'은 문화적 교류와 시각적 탐구를 위한 장소로서 우리의 거리를 재조명하는 하는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골목길, 소외된 공공장소에 여러 개의 프로젝터를 설치하여 중국, 모로코, 이탈리아 야시장의 모습을 투사함으로써 도시의 어둠을 소란스럽게 변화시킨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를 무한한 캔버스로 변형시켜 거리를 더 밝게 비추어 생기를 불러 일으켜 사회 교류가 가능한 장소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