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애환 깃든 소록도에 '작은 미술관' 문연다

한센인 애환 깃든 소록도에 '작은 미술관' 문연다 [기사 바로가기]

전남일보 2015-10-01

 

한센인 애환 깃든 소록도에 '작은 미술관' 문연다
소외지역에 미술문화 확산ㆍ문화향유 기회 제공
13일 정식 개관… 예술 작품 전시ㆍ워크숍 진행
입력시간 : 2015. 10.01. 00:00


 

오는 13일 국립소록도병원 내 옛 감금실과 세탁실(왼쪽)이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진 작은 미술관으로 정식 개관한다. 착착 스튜디오 제공

사회로부터 격리ㆍ고립돼 왔던 한센인의 아픔이 깃든 고흥 소록도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소록도병원이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난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았다 해서 소록도라 불리는 이곳은 과거 '문둥병'이라는 말이 더 친숙한 한센병 환자들만의 공간이었다. 현재는 900여 명의 주민들과 환자들이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 그곳에 오는 13일 '작은 미술관'이 문을 연다. 소록도병원 내 옛 감금실과 세탁실이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꾸민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 된다.

10일 완공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198㎡(60평) 규모의 세탁실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된다. 기존 건축물을 헐지 않고 리노베이션(Renovation, 개ㆍ보수)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십여 년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세탁기를 그대로 둔 채 그 공간을 각 분야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설치된다.

참여 작가는 이명호(사진)ㆍ안경수(동양화)ㆍ타카요시 기타가와(드로잉ㆍ설치ㆍ영상)ㆍ정동구(미디어)ㆍ한성필(현대미술)ㆍ지민희(설치)씨 등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10여 점의 작품은 회화, 설치, 미디어, 영상, 사진 등 다양하다. 소록도를 주제로 한 작품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 생태 환경을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다수의 작품으로 주민들을 맞을 예정이다.

갤러리 전시 일정은 개관일에 맞춰 1차 전시는 13일부터 12월 18일까지, 2차 전시는 확정된 바는 없지만 11월 초순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 기간에 함께 진행될 워크숍은 옛 감금실에서 양승주(퍼포머)ㆍ지민희(설치)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주민과 국내ㆍ외 방문객들이 대상이다. 특히 예술 교육은 주민들의 평균 연령대가 76세 이상인 점을 감안했다.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대신 소록도 주민들의 삶과 생활을 연계시킨 스토리텔링 영상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번 작은 미술관 시범 조성ㆍ운영 대상지역은 소록도병원을 비롯해 △경남 남해 보건진료소 △경기도 동두천시 두드림패션지원센터 △인천 동구 한 빈집 △경기도 안산시 주민센터 분소 △충남 계룡시 두계시장 등 총 6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선순환 미술환경 조성을 위한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2014~2018)' 일환으로 미술문화 확산이 절실한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한 작은 미술관 시범 조성사업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문화향유 여건이 열악한 지역민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신축 공사를 하는 대신 기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과 공간에 적합한 기획전시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8월 최종 선정된 서울 건축 설계사무소 착착 스튜디오가 지난달 1일부터 최근까지 소록도병원을 작은 미술관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그동안 김대균 소장과 여혜진(전시기획)씨, 스태프들이 서울과 고흥을 오가며 건축 설계를 기반으로 문화ㆍ예술ㆍ상업 콘텐츠 등으로 채우고 있다.

착착 스튜디오 김대균 소장은 "소록도는 과거의 기억, 애환의 공간이 아닌 이젠 연간 30만여 명이 방문하는 섬"이라며 "2009년 소록대교 개통 이후 60~70년 만에 육지를 나가봤다는 소록도 주민을 위한 예술로 치유받을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이 조성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