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으로 리모델링된 뒤 작품이 내걸린 옛 세탁실 내부 모습.
한센인들의 백년 보금자리인 전남 소록도에 작은 미술관이 생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일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소록 작은 미술관, 아트론드리(Art Laundry:예술세탁소)’의 개관식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소록 작은 미술관’은 문체부와 문예위가 전국에서 벌여온 ‘작은 미술관’ 조성 사업의 하나로, 병원 안의 칙칙하고 을씨년스런 옛 감금실과 세탁실을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공모에서 선정돼 리모델링을 맡은 설계사무소 ‘착착스튜디오’(소장 김대균, 김재윤)와 여해진 기획자는 60평(198㎡) 규모의 세탁실을 헐지 않고 최대한 내부를 보존했다. 수십여 년 묵은 세탁기기도 그대로 놔둔 채 작가들의 작품들을 설치했다. 전시장에는 이명호(사진)ㆍ안경수(회화)ㆍ기타가와 타카요시(설치)ㆍ정동구(미디어)ㆍ한성필(사진)ㆍ지민희(설치) 등의 작가들이 회화, 설치, 영상, 사진 등의 여러 장르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소록도를 주제로 한 작품 외에도 섬 주위의 훼손되지 않은 자연 생태 환경을 담은 여러 작품들이 주민들을 맞게된다고 문화예술위 쪽은 설명했다.
전시는 두차례로 나뉘어 열린다. 1차 전시는 20일부터 11월16일까지, 2차 전시는 11월20일부터 12월20일까지다. 전시 기간중에는 옛 세탁장 전시장에서 양승주(퍼포머)ㆍ지민희(설치)ㆍ정동구(영상) 작가를 중심으로 섬 주민, 병원직원들과의 워크숍도 진행된다.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76살 이상인 점을 고려해,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과 섬 주민들의 삶과 생활을 연계시킨 스토리텔링 영상 작업 등을 나눌 계획이라고 한다. 착착스튜디오의 김대균 소장은 “소록도는 더이상 과거 애환의 공간이 아니라 연간 30여만명이 드나드는 현실의 섬이 됐다”며 “사회로부터 소외됐던 섬 주민들을 위해 예술로 치유받을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술위 쪽은 “내년이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이어서 전시가 끝난 뒤에도 상설미술관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