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이면 소록도가 100주년을 맞이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록도를 소설이나 방송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접해 그 아픔의 역사가 어렴풋할 것이며, 심지어 소록도가 어떤 좌절의 역사를 가졌는지조차 모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록도는 작은 섬 위 하나의 자리에서 여러 가지 비밀과 상처의 기억을 간직하며 한 세기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문득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려본다. 마콘도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몇 대를 걸쳐 되풀이되는 부엔디아 집안 흥망성쇠의 역사. 더 나아가, 그 돌고 도는 시간 속에서 변함없는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고독과 사랑의 역사.
수없이 많은 이들이 소록도를 저마다의 이유로 거쳐 갔다. 그렇게 질곡 가득한 역사를 목도하면서 그곳에서 평생 살았던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와 비밀을 상상해본다. 이들의 조용한 이야기는 소록도의 앞바다, 숲의 나무들, 작은 식물들, 또 그 안에 살고 있는 작은 생물들도 함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로부터 철저히 고립되어 온 소록도이지만, 섬 바깥의 사람과 먼 나라에 대한 동경, 접하지 못한 세계와 보지 못한 이국적 풍광에 대한 꿈은 어느 누구보다 더욱 컸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매일의 잠자리에서 그들은 지구를 몇 바퀴 돌아보는 여행을 했으리라.
본 전시에서는 소록도의 고립된 자연환경, 더불어 개발에서 비켜난 환경 덕분에 오히려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본래 자연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소록도의 생태환경에 대한 예술적인 해석을 선보인다. 또한 남극과 북극의 빙하처럼,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지만 동시에 처절한 고립과 고독을 지닌 풍광을 전시함으로써, 소록도 안에 새롭고도 생경한 다른 차원의 장소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소록도의 주민들이 상상 속에서 여행한 그 먼 곳 어딘가와 닮아있길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