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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May 01, 2017 
A Pregnant Moment

2016년 10월 갤러리 팩토리에서 전시를 가진 앤소피 샌달의 서적이 발간되었습니다. 전시장 정면벽에 있던 <Blue son> 작품의 색감을 그대로 옮겨온 표지가 특히 인상적인 서적입니다. 이경희의 서문과 이벤 바흐 엘름 스트룀의 전시 소개문, 마지막으로 앤소피 샌달의 작가 노트가 수록되어있습니다.

 

발행 : 갤러리 팩토리

판매가 : 10,000원

편집 : 이경희

글 : 앤소피 샌달, 이벤 바흐 엘름스트륌, 이경희

디자인 : 여혜진

번역 : 백한나(서문, 전시 소개문), 홍보라(작가노트)

 

 

<A Pregnant Moment>도록 중 작가노트

글.앤소피 샌달

 

이번 갤러리 팩토리에서의 개인전 <A Pregnant Moment>에서 나는 네 개의 새로운 작업을 전시하게 되었다. 첫 번째 작품은 <카이로스_Kairos>(카이로스는 그리스어로 신이 내린 기회나 시간을 의미한다. 운명적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로 서울의 길거리에서 찾은 여러 개의 종이 박스를 구리, 동, 은색으로 한국의 동전 색을 빌어 칠한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인 <구성된 크로노스 Chronos Composed>는 올해 여름 뉴멕시코 산타페에서 서울로 보낸 (색칠된) 박스들과 그것을 포장한 박스도 함께 벽에 편평히 붙이고 그 위에 파란색의 원을 칠한 작업니다. 네 번째 작품은 <배 상자 belly box>로 가운에 내 키와 배의 사이즈에 딱 맞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 종이 박스를 이용한 설치 작업이다.

        이 전시는 인생의 주기, 시간, 가치, 교환 등에 대한 많은 생각의 결과이다. 2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의 창동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오게 되면서 내 작품 활동에 있어 종이 박스를 사용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겨났다. 종이 박스를 해체하여 납작이 펴고 그 위에 칠하는 행위를 계속하는 동안 이 박스는 그저 풍부하고 유연한 작품의 재료가 될 뿐 아니라, 그 위에 사용된 흔적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의미이자 교환 활동의 상징/기표가 되었다.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 구조에서는 세상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물건을 담아 모으고, 그 물건을 보호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이자 재료가 바로 이 종이 박스인 것이다. 특히 한국에는 종이 박스를 수집하는 노동 활동이 재활용품이라는 이름의 화폐 가치로 환원되어 그 가치에 기대어 살아가는 노인 세대(박스 감정가)가 생겨났고 그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화폐는 (마치 종이 박스처럼) 우리의 사회를 움직이고 매개하여 교환가치를 만들어낸다. 시쳇말로 시간은 돈이고, 돈은 곧 시간이며, 돈은 시간으로서 교환되기도 한다. 우리는 돈이라는 것이 우리가 원할 때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대부분의 시간을 돈을 버는 데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간의 가치는 절대불변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문화의 흐름과 우리의 욕망을 투사하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나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고, 이번엔 임신을 한 채로 오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나의 생물학적인 부모님을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일들이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또 동시에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어느날과 마찬가지로 지금 그리고 여기, 우리는 여전히 무엇이 진짜 가치 있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이 질문은 어디서 시작되었으며 언제 끝날 것인가? 우리가 노력한다면 그 가치라는 것을 통제하거나 바꿀 수는 있을까? 그렇다면 적절한 순간은 언제일까?

 

 

앤소피 샌달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 덴마크로 입양되어 현재 뉴욕과 코펜하겐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는 시각예술가이다. 코펜하겐 소재 왕립예술대학에서 순수예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www.annesofiesand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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