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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미술대전] `투명한 권위` 본선 진출자에 제작비 [중앙일보]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짐을 표현`   

대상 신기운씨

"'흙에서 흙으로, 먼지에서 먼지로'라는 격언은 동서양 어디에나 있더군요. 모든 것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사실과 과정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지요. 제 작업은 그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겁니다."

서울대 조소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신기운(31.사진)씨는 돈의 허무함, 사람이 만든 가치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대상을 받았다. 

이번 출품작은 6분짜리 영상 '디스일루전-코인(Disillusion-coin)'과 설치 'Disillusion'의 두 가지다. 비디오는 외국 동전들이 기계에 갈려 가루가 되는 과정과 가루들이 다시 동전으로 살아나는 모습(영상을 거꾸로 돌리는 기법)을 차례로 보여준다. 설치 'Disillusion'은 CCTV 카메라 앞에 관객이 서면 기계가 카메라를 갈면서 동시에 관객의 영상도 갈리는 것 같은 모습을 비춰 준다. 

"동전의 문양은 그 나라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나 가치 있게 생각하는 동식물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결국은 'illusion', 즉 환영(幻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작품의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미망 깨기, 혹은 환멸을 뜻하는 'Disillusion'이라고 붙였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나 애플의 아이팟 플레이어, 휴대전화, 시계 등을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현재 독일 카를스루에의 대형미술관 ZKM이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열고 있는 '아시아 현대미술전'(10월 14일까지)에서도 전시 중이다. 




"독립큐레이터인 이원일씨가 총감독을 맡아 14일 개막한 전시에 시계를 갈아서 없애는 작업을 내놨지요. ZKM의 피터 바이블 관장님이 2개월 전에 바로 이 작품을 접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본인이 유대인이니까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어려운 시절이 생각나셨기 때문으로 짐작합니다."

그는 이번 가을에 영국 런던의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떠난다. 

"작가가 자신의 독창성과 논리를 미술계에 널리 알리고 설득하는 방법을 전투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수업시간엔 '왜 이 작업을 했느냐. 왜 이 색깔을 썼느냐'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지요. 현대 미술에서 작가에게 너무나 중요해진 역할입니다." 그는 1981년 국전 시절의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서양화가 신양섭(65)씨의 아들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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