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수고 Wild goose chase |
by 헤적프레스 / 읊조림 장기하 |
eek |
by 박민하 |
더블 컬리 루프 ➿ |
by 25시 세일링 |
작은 관상식물들 |
by 민정화 |
3MM: 도무송과 콜라주, 보이지 않던 공간들 |
by 이예주 |
Earth |
by 맹민화 |
BGA Offline Showcase PHYSICAL |
by 백그라운드 아트웍스 |
아넥스 프로젝트: 컷신 |
by SGHS |
그라데이션 |
by 팩토리 에디션 x 수토메 아포테케리 |
자신을 돌봄: 일기와 편지 The Care of the Self: Journals and Letters |
by 최태윤 Taeyoon Choi |
B F D 쇼룸 - 2nd Nomadic Showroom : Repose |
by B F D |
관상식물 |
by 민정화 |
Pride Over Prejudice |
by 숲, 라파엘, 제람 |
분신술: 서불과차 |
by 문이삭 |
정상궤도 |
by 김원영, 김초엽, 유화수, 이지양 |
정원 속의 포켓몬 |
by 홍민기 |
지질학적 베이커리 |
by 안데스 |
칠성조선소-서체발표 |
by Sandoll x 칠성조선소 |
영인과 나비: 끝의 입자 연구소에서 온 편지 |
by 오로민경 OroMinkyung |
봉평콧등작은미술관 기획전 <메밀맡 끝나는 곳 너머> |
by 박현성x황예지, 리따 이코넨x캐롤리네 요로쓰, 서울로, 이소영 |
눈먼 길 |
by 김다움 |
SUPERELLIPSE MIX SET VOL.1 |
by SUPERELLIPSE |
<DAYDREAM> TIEL POP-UP STORE |
by TIEL |
PaAp Tempeh Pop-up Store |
by PaAp Tempeh |
이것은 99.17005896568298% 확률로 달항아리입니다 |
by 천영환 |
툴툴툴 |
by 김종범, 최경주, 펜슬키오스크, 레귤라X팩토리콜렉티브 |
New Wave New Library |
by 느티나무도서관, 서지민, 정유진, 컨텍스트 레이어 |
할로미늄 팝업 스토어 - OKINAWA GALS |
by PIC, Charyoung Lee, Daham Park, Ibuki Sakai |
테이크 미 홈 |
by 소쇼, 아티스트 프루프, 팩, 팩토리2, 카스코 |
FACTORY2 Book & Shop |
by Factory2 |
[FACTORY 2 메세나후원 기업 에이랜드 10주년 기념전시] ALAND BROOKLYN |
by 김영나, 양민영, EH, 올림피아 섀넌, 전산, 나하나 |
[팩토리 2 대관전시] 채집운동 모르타르 |
by 전지 |
운동-부족(部族) |
by 보슈(권사랑+서한나+신선아), 여가여배(강소희+이아리), 윤예지, 정아람 |
타인의 삶 |
by |
발 밑의 미래 |
by 팩토리 콜렉티브, 뚜오마스 A. 라이띠넨, 손정민, 안데스, 옌니 누르멘니에미 |
초상과 회화. 예술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
by 고등어, 엄유정, 전병구 |
[팩토리 2 대관전시] 부유하는 것들 |
by 소동호 |
[팩토리 2 대관전시] Sun, sun, sun, here it comes |
by 전나환 |
아일랜드 |
by 아티스트 프루프 ARTIST PROOF |
나는 언제나 베이스를 본다 |
by 마키시 나미 Makishi Nami, 김수영 Kim Suyoung |
구텐베르크 버블 |
by 최문경 Kelly Moonkyung Choi |
things of FACTORY |
by 김보람, 로와정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소용돌이를 향한 하강 |
by 25시 세일링 (김보경 + 김청진) |
versus 10년, versus 10호 끝 Vs. 시작 |
by |
N개의 블루 |
by FACTORY EDITION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산업디자인 스튜디오 SWNA 개인전 <공정의 미학> |
by SWNA |
Stone Pillow Project Archive |
by 크리스티나 킴 Christina Kim |
No More Fruits |
by 김세형, 박승혁, 신동휴, 양민영 Kim Sae-Hyung, Park Seung-Hyuk, Shin Dong-Hyu, Yang Min-Yong |
여우와 두루미의 식탁 |
by 안아라, 최진영 Ahm Ara, Choi Jin-Yong |
기생하는 구조들 |
by 김보람 Kim Borahm |
Typocraft Helsinki to Seoul |
by . |
A Pregnant Moment |
by 앤소피 샌달 Annesofie Sandal |
한 겨울의 여름 |
by 카탈리나 레온 Catalina León |
Still Alive |
by 카밀라 베르너 Camilla Berner |
사막 나무늘보 빵 사람과 같은 것들 |
by 엄유정 Eom Yujeong |
Interval |
by 마키시 나미 Makishi Nami |
온전히 촉감만 남은 방 |
by 김대균 Kim Daekyun |
Wandering Still |
by 지니서 Jinnie Seo |
조판 연습: 길 잃은 새들 |
by 이경수 Lee Kyeongsoo |
사진과 스튜디오, 그리고 거짓에 관하여 |
by 김형식 Kim Hyungsik |
여기라는 신호 |
by 이윤이 이제 오종현 Yi Yunyi Lee Je Oh Jonghyun |
versus no.8 |
by 박선민 Park Sunmin |
프랙티스 |
by Ab group |
동식물계 |
by 소피 듀퐁 외 Sophie Dupont et al. |
당신의 친구, 대화와 협업 |
by 크리스틴 선 킴 외 Christine Sun Kim et al. |
카멜레온 |
by 안강현 KIBIAN (aka.Ahn Kanghyun) |
마음의 산책 II |
by 칼 나브로 Karl Nawrot |
Practical Theories |
by 아누 투오미넨 Anu Tuominen |
사각지대 찾기 |
by 오인환 Oh Inwhan |
타기 좋은 형태 |
by 맙소사/김병국 MARCSOSA |
물건방식 |
by 이은우 Lee Eunu |
슬픈 모유 |
by 권순영 Kwon Soonyoung |
그 정도 거리 |
by 로와정 RohwaJeong |
시적공간연습 |
by 경현수 외 Kyung Hyunsoo et al. |
식물사회 |
by 김주현 외 Kim Joohyun et al. |
떠나거나, 혹은 남거나 |
by 김재민이 외 Kim Gemini et al.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공백의 반응 |
by 오희원 Oh Heewon |
Painting |
by 허태원 Heo Taewon |
The Passing |
by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 Eva Steen Christensen |
versus 6 |
by 박선민 외 Park Sunmin et al.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우리가 말하는 것들의 대화 |
by 이정후 Lee Jeonghoo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400 years in 4 minutes |
by 이행준 Lee Hangjun |
도시공원 예술로 공공미술사업: 경남 함양 상림공원 프로젝트 - 라운드 프로젝트 |
by 장민승 외 Jang Minseung et al. |
치효치효 |
by 강서경 Kang Seokyeong |
서베이 전시 <모빌리티의 꿈> |
by 권용주 외 Kwon Yongju et al. |
Casual Pieces 1. 눈을 감고 마음을 감다 |
by 하시시박 Hasisi Park |
LAZY RIOT "In Your Face" |
by 레이지 라이엇 (성낙영, 성낙희) LAZY RIOT (Nakhee Sung, Nakyoung Sung) |
이면의 이면 |
by 전소정 Jun Sojung |
아웃스커트 |
by 박승규 외 Park Seungkyu et al. |
A Brief History of Disbelief |
by 아너스 보이옌 & 크리스토퍼 오룸 Anders Bojen & Kristoffer Ørum |
Luft exhibition 2012 |
by 사토코 타케시마 외 Satoko Takeshima et al. |
Eat & Talk in Habitat + versus Lounge |
by 장민승 외 Jang Minseung et al. |
SnS13 - Collection and Connection |
by 이수인 Lee Sooin |
Surfaces of Listening |
by 김온 Kim On |
We build upon ruins of the future |
by 헤나-리카 할로넨 Henna-Riikka Halonen |
Obsession within |
by 피에 노스케 Fie Norsker |
얼굴들 |
by 이수경 Lee Sukyung |
빛이 탄다 |
by Less (김태균) |
과거, 현재, 미래 |
by 김영(수트맨) Kim Young (Suitman) |
빗각角서徐사事 |
by 강혜숙 외 Kang Hyesook et al. |
FOUND ABSTRACTS |
by 김영나 Kim Yongna |
밤에 익숙해지며 |
by 장보윤 Jang Boyoon |
가구가수 |
by 박진우 외 Park Jinwoo et al. |
versus 4호 + Between Exhibition |
by 안인용 외 Ahn Inyong et al. |
Domestic Games |
by 신지은 Shin Jieun |
한국의 그림_사진을 읽다 |
by 강석호 외 Kang Seokho et al. |
Playing Reality |
by 노경민 Kyung Roh Bannwart |
후광을 찍어드립니다 |
by 이종명 Lee Jongmyung |
뭇웃음 |
by 권순영 Kwon Soonyoung |
이웃효과 |
by x-field 외 |
기억나지 않는, 잊혀지지 않는. |
by 국동완 Kook Dongwan |
FASCINATIONS |
by 에릭 페리아르 Eric Perriard |
오필리아의 모험 |
by 박민희 외 Park Minhee et al. |
설화의 탄생 |
by 마사코 스즈키 외 Masako Suzuki et al. |
바꾸기.짜깁기.우려먹기 |
by 박진현 외 Park Jinhyun et al. |
이동유원지 |
by 노상준 Roh Sangjun |
산호같이 푸른 콘크리트 아래 |
by 김성은 Kim Vicky Sung-eun |
versus 3 |
by 오민정 외 Oh Min-jeong et al. |
우리가 버려진 창고에서 발견한 것들 |
by 정소영 외 Chung So-young et al. |
Accumulated traces |
by 윤가림 Yoon Ka-lim |
누구나 꾸는 꿈 |
by 김주현 Kim Joo-hyun |
Bonobo Noise Project |
by 김호준 Kim Ho-joon |
House in Your Head |
by 랜디&카트린 Randi&Katrine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액추얼시티 |
by 석재원 외 Seok Jae-won et al. |
Untitled |
by 최승훈+박선민 Choi Sung-hun+Park Sun-min |
간격 |
by 문영민 Moon Young-min |
made of layers |
by 최승훈 외 Choi Sung-hoon et al. |
one day, one deal |
by 박지훈 Park Ji-hoon |
breathing in & out |
by 김미형 외 Kim Mi-hyeong et al. |
versus 2 |
by 최승훈+박선민 Choi Sung-hun+Park Sun-min |
나왕선반 일상 사물 속의 時 |
by 마키시 나미 Makishi Nami |
La |
by 엘.에이. 토마리 L.A.Tomari |
킨로스, 현대 타이포그래피 |
by 최성민 Choi Seong-min |
슴슴. 건축. 시 |
by 김혜수 외 Kim Heyi-soo et al. |
모호한 복종 |
by 정상현 Jeong Sang-hyeon |
나누다 프로젝트 |
by 권혁 Kweon Hyuk |
oh my office |
by 이미경 Lee Mi-Kyung |
진행중인 공간 場.空.間 |
by 곽나실 Kwak Nashil |
versus 1 |
by |
Melbourne Art Fair 2008 |
by 경현수 외 Kyeong Hyeon-soo et al. |
입력과정 入力過程 A B C |
by 최병일 Choi Byeong-il |
그곳에선 가능한 일들 |
by 이유진 외 Lee Yoo-jin et al. |
템포그라피 |
by 노경민 외 Kyung Roh Bannwart et al. |
In My Shoes |
by 노상준 외 Roh Sang-jun et al. |
PM 4:00 - 9:00 |
by 최승훈+박선민 Choi Sung-hun+Park Sun-min |
지상의 모든 애인들이 한꺼번에 전화할 때 |
by 이재이 Jaye Rhee |
빗각角서敍사事 |
by 크리스 카카미즈 외 Chris Caccamise et al. |
노준 × 서승모-1st collabo. <구멍 (孔)> |
by 노준 × 서승모 Noh Jun x Seo Seungmo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워크 메이드 인 발렌시아 |
by 성재혁 Sung Jaehyuk |
T r e e |
by 이명호 Lee Myung-Ho |
드로잉 쇼 |
by 고가현 외 Koh Ka-Hyun et al. |
열린 공방전 |
by 김익 외 Kim Yik et al. |
Spooky action at a distance |
by 딘 모스 Dean Moss |
CHEEKY Art Show in Seoul |
by 심아빈 Shim Abeen |
Separate and Connect |
by 노부유키 다카하시 Nobuyuki Takahashi |
슈퍼 이베이어 |
by 이미혜 Lee Mihye |
Realities |
by AVPD |
돌아가는 art |
by 제레마이어 타이펜과 신기운 Jeremiah Teipen&Shin Ki-Woun |
공간속의 지도 |
by 경현수 Kyung, Hyounsoo |
Connecting |
by 현명아 Hyun Myung-ah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by 김연태 Kim Yeontae |
(최)슬기와 (최성)민의 (넓은 의미에서) 타이포그래피 |
by (최)슬기 + (최성)민 sulki + Min |
People Call Me Madame Owl |
by 안강현 Ahn Kanghyun |
2006 이주영 프로젝트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
by 이주영 Lee Jooyoung |
한글꼴이 걸어나오다 |
by 권정민 외 Kwon Junmin et al. |
Tinker |
by 표수미 Pyo Sumi |
마음 |
by 고지영 외 Go Jiyoung et al. |
Surreally Real! : 미술, 혹은 마술 |
by 이유진 외 Lee Yoo-jin et al. |
고가현 개인전 <사람-형태소> |
by 고가현 Go Gahyun |
이면공작裏(異)面工作 시나리오 |
by NONAMENOSHOP |
Park + |
by 프로젝트 디자인 그룹 파크 플러스 Project Design Group Park Plus |
하늘 공연장 Open Theater |
by 홍영인 Hong Young-yin |
My Style Your Style |
by 마미코 타이라 Mamiko Taira |
한여름 밤의 꿈 |
by 강유선 Kang Yusun |
우울증에 걸린 집 |
by 김시연 Kim Siyeon |
나는 니가 행복했으면 해 |
by 노석미 Noh Sukmi |
목성 |
by 마리오네트 인형극단 Marionette Theater |
엔트로듀싱 |
by 에밀고 Emil Goh |
A Diary: Typographic Days |
by 박우혁 Park Woohyuk |
Window Exhibition |
by 김기라 Kim Kira |
북아트전 |
by 곽나실 외 Kwak Nashil et al. |
경계에서 경계하기 |
by 윤희수 Yoon Heesoo |
한글. 타이포그라피. 책. |
by 이용제 Lee Yongjae |
인형계 / 人形界 |
by |
A Combined View |
by 이소연 외 Lee Soyeon et al. |
The Pleasure of Patterns |
by 바루후 고틀립 외 Baruch Gottlieb et al. |
Untitled |
by |
Untitled |
by |
전시명 ... |
by |
전시명 ... |
by |
[갤러리 팩토리 대관전시] 우리가 말하는 것들의 대화 Talk of spoken words |
2013.9.12_9.29 |
우리가 말하는 것들의 대화
Talk of spoken words
갤러리 팩토리의 9월 전시는 이정후 작가의 개인전 <우리가 말하는 것들의 대화 Talk of Spoken Words>으로 9월 12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호주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됩니다. 한 배가 난파된 이후, 그 곳에 있었던 선원의 이야기를 설치 작업을 통한 오브제들로 보여줌으로써 기억이 연상되는 풍경을 개인의 서사에 개입시켜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것들의 대화 Talk of spoken words
한 때 ‘현재’였던 모든 것은 과거가 된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지금 나는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몇 시간 뒤에 이것은 과거사가 된다. 이것은 그 자체로 진리다. 하지만 영원히 붙잡고 싶은 현재도 있는 법이다. 가령 어떤 이들은 간직하고픈 현실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일기를 쓰거나 기록을 남긴다. 그래서 한 때 ‘현재(present)였던 것을 '다시(re-)' 현재로 만드는 방식, 즉 ‘재현’ 내지는 ‘표상(representation)’이 그토록 오랜 기간 예술(특히 미술)의 중심과제였던 것은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현재를 다시 현재이게 하는 방식이란 대부분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림이나 사진, 영상은 일견 매우 그럴듯하게 현재를 보존해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항상 무언가 불충분하게 현재를 보존한다. 일기나 기록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보고 그 여행을 떠올려보거나, 결혼식에 찍은 영상을 보고 그 결혼식을 회상하거나 유년기에 쓴 글을 보며 그 때의 나를 떠올려보는 일은 대부분 목적지(한 때 현재였던 과거)에 직접 도달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배회할 따름이다.
한 때 현재였던 것을 여전히 현재로 붙드는 마음의 능력을 우리는 ‘기억’이라 지칭한다. 통상 재현이 객관을 향한다면 기억은 주관을 향한다. 그리고 어쩌면 기억이야말로 인간이 현재를 영원히 붙잡는 최선의 방식일 수 있다. 어떻든 우리 대부분은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 때 현재였던-과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의 저장고는 한계가 있어서 지금 생생한 모든 것들은 머지않아 흐릿해진다. 그것은 흐릿해지다가 종국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정후는 ‘현재를 다시 현재이게 하는’ 방식, 또는 기억의 문제에 천착해온 조각가다. 이 작가는 ‘현재를 다시 현재이게 하는’ 일반적인 방식, 즉 통상적인 재현이나 기억의 방식에 대단히 회의적이다. 가령 이 작가는 어릴 적 어느 날 동네에서 느낀 독특한 느낌을 되살리고 싶지만 그것을 되살리는 종래의 방법 가운데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낀다. 그 동네에 다시 가보는 일이 도움이 될지 몰라 다시 가보지만 그 역시 충분치 않다. 게다가 그 기억은 꽤 시간이 흘러 많이 흐릿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이정후 작업의 출발지점이다. 이 작가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한 때 현재였던 것을 다시 현재이게 하고자 한다. 그것은 일종의 항해와 같은 것일 게다. 물론 이 작가는 그 항해가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 또는 이러한 시도는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사다리를 놓는 일이다. 하지만 실패로 끝날 항해처럼 이쪽에서 출발한 사다리는 저쪽에 닿지 못할 공산이 크다. 어쩌면 이쪽과 저쪽은 간신히 연결될지도 모르지만 그 연결은 매우 연약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 무기력함, 그 연약함에 실망하거나 당황스러워할 테지만 이 작가에게 그 무기력한 것, 그 연약한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독특한 미감이 바로 이정후 작업의 특징적인 양상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재현하거나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앞에서 나는 그것을 ‘어릴 적 어느 날 동네에서 느낀 독특한 느낌’으로 서술했거니와 이것은 가령 어떤 두려움과 공포로 충만한 마음 상태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때의 느낌과 유사한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은 아이가 바라본 평화로운 공원풍경을 예시할 수도 있으리라. 여기에는 지극히 객관적으로 여겨지는 것(아름다운 해변풍경, 평온한 놀이공원풍경)과 더불어 지극히 주관적으로 여겨지는 것(두려움과 공포)이 분리불가능하게 얽혀있다. 그런데 이 기억이 흥미로운 것은 이 양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 다른 하나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자는 유사한 강도를 지니고 있으며 팽팽하게 대결 중이다. 그래서 그것은 냉랭한 사진적 풍경으로도, 뜨거운 표현주의 화풍으로도 구현될 수 없다. 오직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이고, 차가우면서 뜨거운 것만이 그에 상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시인 앨런 테이트(Allen Tate)가 오래 전에 언급했던 외연(extension)과 내포(intension)의 불일치 상태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정후가 제시하는 상황은 외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지칭하나 안쪽으로는 두려움과 공포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앨런 테이트는 이 같은 외연과 내포의 충돌에서 ‘긴장(tension)’이 창출된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충돌하는 외연과 내포를 갖는 이정후의 작업은 ‘긴장’을 창출한다. 또한 둘러싸는 것과 둘러싸인 것, 지지하는 것과 지지된 것, 조명하는 것과 조명된 것의 팽팽한 긴장은 내용면에서의 긴장에 대응하는 형식적 긴장이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긴장’상태에 있는 것은 非결정(未결정)된 것으로 쉽사리 어느 한쪽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또는 규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非결정의 상태야말로 -거짓 없이- 한 때 현재였던 것이 다시 현재로 있을 최선의 방안이 아닐까? 또는 그러한 未결정의 상태야말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과거 이정후의 작업을 특징짓던 ‘끝을 알지 못하는 사다리’란 실패의 비극을 나타내는 은유가 아니라 (이 작가가) 소망하는 상태를 암시하는 은유가 아니었을까? 이정후의 작업 앞에서 이러한 생각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질 테지만 그 명료한 답을 구할 수는 없을 게다. 전시장 한 켠에 놓일 다음의 시편은 이러한 상황을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어긋나며 우리가 발생했다. 지금. 지금이 아물지 않는다.
떠나간 우리, 우리가 말하는 것들의 대화.
말없이 끝없다.
끝이 없다.
홍지석(미술비평, 단국대 연구교수)
전시 일정
2013년 9월 12일 (목) - 9월 29일 (일)
오프닝 9월 12일 (목) 오후6시
참여 작가
이정후
후원
서울시립미술관 sema
전시문의
갤러리 팩토리
전화 : 02-733-4883
이메일 : galleryfactory@gmail.com
웹사이트 : www.factory483.org
Overview
Title : Talk of spoken words
Duration : September. 12, 2013 - September. 29, 2013
Artist : Lee Jeonghoo
Opening Reception : September. 12, 2013, 6:00pm
Hours : Tue.- Sun. 11:00 a.m. - 6:00 p.m.
Thu. - Fri. 12:00 p.m. - 20:00 p.m.
Inquiry
Gallery Factory
Tel : 02-733-4833
E-mail : galleryfactory@gmail.com
Website : www.factory483.org